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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무장치과의 ‘복마전’ 고발

김철신 치협 정책이사 신간 ‘의료괴담’ 출간

저자 체험 바탕 의료영리화정책 경고 담아

# D씨는 앞니 두 개가 벌어져 치과를 찾았다. 상담실장이 말했다. “상태가 심각하니 발치하고 틀니를 해야 한다.” 겁을 먹은 D씨는 치료동의서에 사인하고 치아 13개를 뽑았다. 그리고 400만 원이 넘는 청구서를 받았다. 문제는 D씨가 뽑은 이 중 많은 이가 멀쩡한 생니였다는 것.

# K씨는 틀니 유지용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고 치과를 찾았다. 두 개 정도면 될 줄 알았지만, 상담실장과 의사의 말을 듣고 결국 9개나 식립했다. 노인인데다 가뜩이나 약한 하악에 빽빽이 임플란트를 심어 K씨의 턱뼈는 금세 부러질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 거액의 시술비용은 덤이었다.

D씨가 사는 곳은 미국, K씨는 한국이다. 공간은 다르지만, 닮은꼴의 두 사례는 ‘의료영리화’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엮여 있다. 미국은, 쉽게 말하면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영리화의 ‘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과잉진료, 과다청구를 일삼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미국의 치과 체인은 의료영리화의 토양 위에서 자란 독버섯이다.

# 통제 없이 폭주하는 의료상업화
김철신 치협 정책이사가 신간 ‘주사보다 무서운 영리 병원이야기 : 의료괴담’을 펴내고 미국을 좇아 의료영리화 정책을 강행하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경고했다. 김 이사는 “지난 3년 간 영리병원 반대의 최선봉에 섰던 치협의 정책이사로 일하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했다”며 “충격적인 의료 현장의 이야기들은 통제 없이 폭주하는 의료상업화의 경고등처럼 깜빡이고 있었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그는 치과의 이야기로부터 풀어간다.

김철신 이사가 고발하는 한국 불법 사무장치과의 행태는 ‘복마전’에 가깝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120여 개의 치과 네트워크를 소유한 자본가가 사무장을 고용해 경영하고, 내부거래를 통해 엄청난 차익을 챙긴다. “병원 매출을 위해 더 비싼 수술로 진행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일부러 신경을 자극하고 비싼 치료를 유도한다. 무자격자 간호조무사가 소공포로 환자의 눈을 덮고 스케일링을 한 후, 치과위생사가 다녀간 척 꾸민다. 기업의 노조, 종교 단체 등과 연결해 “환자 1명 데리고 오면 만 원씩 준다”는 식으로 속칭 ‘삐끼 조직’을 운영한다. 과잉진료는 말할 것도 없고, 원가절감을 위해 발암물질 금속을 사용한다.

# 뱀파이어 효과가 도래한다
사무장치과의 이런 백태들은 결국 의료영리화 정책이 현실화되면 영리병원 전반의 모습이 될 거라고 김철신 이사는 지적한다. ‘단기투자수익 추구’라는 원리가 의료분야와 결합하면 필연적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제도가 망가져 종국적으로 국민건강권이 크게 침해받으리라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뱀파이어가 목을 물어 전염시키는 것처럼 영리병원이 등장하면 많은 병원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저질 평준화를 예측했다. 실제 미국의 <US News & World Report>에서 좋은 병원으로 꼽은 상위 20개의 병원 중에 영리병원은 하나도 없었다.

김철신 이사는 파국으로 치달을 게 뻔한 의료영리화 정책을 폐기하고, “1차 의료를 담당하는 동네병원의 육성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 해답”이라고 일갈한다. 동네의원이 1-2-3차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의 시작이므로 건보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보완을 해 1차병원의 실질적 기능을 살리자는 것이다. 그래야 질병의 예방, 관리가 이뤄져 전체적인 의료비 증가도 방지하고, 3차 병원으로 몰리는 편중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의 장점은 대담 형식으로 꾸며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구어체로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전문용어를 최대한 배제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췄다. 김철신 이사는 “한 개인의 경험담을 넘어 널리 공유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며 “정부가 의료괴담이라고 말하는 것들 중 실제 무엇이 괴담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국민이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치과의료정책연구소(소장 노홍섭)의 후원으로 제작됐으며, 수익금은 전액 영리병원 반대활동에 기부된다.
문의 : 02-783-4872(도서출판 글통)

조영갑 기자 ygmonkey@dailyden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