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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고통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덴탈씨어터 17회 정기공연 ‘일곱집매’ 대성황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

진은영 시인은 고통받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대신 그 고통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라고 했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을 단순히 불쌍히 여기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전혀 연루돼 있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기지촌 여성. 우리는 그들의 고통 앞에서 연민이 아닌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까.

덴탈씨어터 제17회 정기공연작 ‘일곱집매’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대학로 연동교회 가나의 집 열림홀에서 공연됐다.

미군 부대가 주둔한 평택 안정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장면을 날것 그대로 그려낸다. 그 역사는 바로 기지촌 여성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다.

극 중 순영 할머니(허경기 원장), 화자 할머니(박해란 실장), 그리고 써니(허세미 원장)는 기지촌에서 살았던 여성들이 실제 느꼈을 서러움과 한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미국에 입양됐다가 돌아온 고하나(황지영 원장)는 기지촌 여성들이 가슴에 꾹꾹 눌러 담아 놨던 그 한 맺힌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아파한다. 

기지촌에 살던 여성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는 가운데 필리핀에서 온 써니는 그들의 빈자리를 메운다.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는 노래 ‘봄날은 간다’와 써니의 기지촌 생활은 되풀이되는 역사의 비극을 전하며 관객들에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일깨워준다.

연출을 맡은 오종우 원장은 “‘일곱집매’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옛날 얘기도 아니고 지금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삶의 기록이고 우리 이웃에 관한 보고서”라며 “기억하고, 또 기억하기. 그리고 공감하기”를 강조했다.

이양구 작가의 ‘일곱집매’는 지난 제34회 서울연극제 ‘우수상’ 등을 받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