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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1인시위 환자 대응법은?

진료 불만넘어 프로급 협박범도 등장…“떼쓰면 합의금 커진다” 인식 확산도

당장 힘들다고 성급한 합의는 피해야

돌팔이 OO대 박사, 잘못을 모르는 사악한 의사, 치과의사 접어라, 임플란트 시술은 젊은 의사에게, 쓰레기 같은 원장……. 이런 입에도 담기 힘든,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문구가 A 치과의원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1인 시위 피켓에 새겨져 있다.

‘아…….’ A 치과의원의 소식을 들은 B 원장은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다. ‘원장과 환자 사이의 신뢰는 어디로 간 걸까…….’ 열심히 진료하는 치과의사를 뒤로 하고 시위로 대응하는 환자에 대한 원망,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쉽지만은 않다는 자괴감, 일순간에 무너지는 자부심 등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 최근 환자들이 진료에 대한 불만에 대응하는 수준이 적극성을 넘어 과격한 모양새를 보이면서 개원가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윤석채 강동구치과의사회 회장은 “더 이상 1인 시위는 특이하거나 접하긴 힘든 ‘사건’이 아니다. 주변 선·후배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며 “속사정을 모른 채 함부로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경우에도 시위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은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협박한 환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가 치료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협박을 당한 적이 있었죠. 환자 본인이 먼저 어떤 치료 재료를 사용하고, 어떻게 치료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에 맞는 진료에 대해 설명을 했었어요. 저는 1개의 치아를 치료하면 된다고 이야기했음에도 11개 치아를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돈만 밝히는 치과의사라고 폄하를 했어요. 그러고선 실제로 집회 신고를 하고 1인 시위를 하겠다는 팩스를 보내왔었죠.”

하지만 환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경찰의 도움으로 1인 시위를 무마시키고 금전적으로도 손해를 입지 않아도 됐다. 차분하게 대응을 한 결과였다. 주변을 수소문해보니 그 환자는 프로(?) 협박범이었다.

# 마트 물건 고르듯…상품화 전락

환자와의 분쟁 때문에 운영하던 치과의원을 폐원하고 다른 곳으로 옮긴 사례도 있고,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환자에게 폭행 또는 피살되거나 자살한 이야기도 들려온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지만 그만큼 개원가의 트라우마도 깊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개원가가 심각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우선 의료가 점점 상품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원장은 “기본적으로 환자들이 의사를 경계하는 눈빛이 몇 년 전보다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형 사무장치과나 과도하게 마케팅에 의존하는 치과들에 의해서 의료가 상품화돼 버렸다. 의료를 상품으로 어필하다 보니 환자들도 마트에서 상품을 고르듯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면서 자신의 이익에 맞는 병원을 고르고 있다. 치료 자체보다 이 병원이 저 병원보다 금전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나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치과계 내부에서 잘못된 관행이 형성되지는 않았는지 짚어 볼 필요도 있다.
노상엽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장은 “1인 시위는 환자의 자유이기 때문에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가 막무가내로 1인 시위를 하더라도 치과에는 매출 감소 등 별 영향이 없으므로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부랴부랴 말도 안 되는 액수로 합의를 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이럴 땐 안타깝다. ‘치과에선 떼 쓰면 합의금이 커지더라’는 잘못된 인식이 환자에게 심어지면 악순환이 반복되므로 당장 힘들더라도 견디는 것이 현명하며 성급한 합의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율정화 통한 신뢰회복 시급

막무가내 환자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법적인 방법이 있겠지만 이에 앞서 치과의사로서의 자긍심을 되찾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론은 뭘까? 이는 자율적인 윤리교육과 자율정화를 통한 프로페셔널리즘을 확립해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호성 교수(원광치대 인문사회치과학)는 “과도한 경쟁 속에서 치과계 내에서의 공정한 룰을 지키지 않고 자기만 살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의료의 질적인 측면에서 환자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환자와의 관계, 의사소통의 문제, 더 나아가 환자와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