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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 가장 대리 양악수술 성행

스타의사로 환자 유치후 유령 구강외과의 시술, 일부 대형성형외과서 버젓이…근절 대책 절실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러한 대리수술이 ‘협진수술’(combined surgery)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성행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성형외과에서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와의 협진을 통해 ‘양악수술’ 등을 시행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구강외과의사가 대리수술 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계 기관의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 성행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이란 환자에게 A원장이 수술할 것이라고 말해놓고, 환자를 마취한 후 B원장이 수술 집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행태가 문제 되자 일부 대형성형외과에서 협진수술을 가장해 대리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변종 유령수술 주의보’라는 제목의 글을 띄워 “최근 유령수술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 일부 의료기관에서 협진수술이라는 생소한 말을 이용해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미용성형수술 영역에서 한 가지 수술을 하면서 협진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성형외과에서 대리수술이 일어나는 배경은 이렇다. 의료광고와 마케팅이 환자 유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형외과의 경우 대표원장들이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출연한다. 환자들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스타의사를 보고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의사는 환자 상담을 전담하게 되면서 수술할 시간이 없어진다. 결국 환자에게는 스타의사 본인이 수술하는 것처럼 설명하고 실제 수술 집도는 다른 의사에게 맡기게 된다.  또 마케팅에 전념하는 대표원장의 수술 실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수술을 잘 하는 의사에게 대리수술을 시키기도 한다. 

# “양악수술 하는 성형외과의사 0.1%”

이러한 가운데 양악수술이나 윤곽수술 같은 얼굴뼈 수술을 한다고 광고하는 일부 대형성형외과에서 성형외과의사가 협진을 가장해 구강외과의사에게 대리수술을 시키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구강외과의사는 “성형외과의사들이 (구강외과의사보다) 뼈 수술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문가들끼리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형성형외과에서 구강외과의사에게 대리수술을 시키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특히 양악수술에서 성형외과의사와 구강외과의사가 협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협진 시스템은 유령의사의 대리수술을 합법화하기 위한 변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펼쳐 환자를 확보한 일부 대형성형외과에서 얼굴뼈 수술 환자 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구강외과의사에게 대리수술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한 임원은 “성형외과의사들 가운데 양악수술 하는 비율이 전체의 0.1%쯤 될까”라며 “(양악수술은) 아무 데서나 못 하니까 이걸 한다고 하면 그 쪽으로 (환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 메이크오버 프로그램도 문제다

문제는 의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얼굴뼈 수술=성형외과’라는 등식이 박혀 있는 상황에서, 성형외과의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대리수술이 자칫 치과의사의 부도덕함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형성형외과의 스타의사 원장이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뢰자 변신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제로 수술을 누가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턱얼굴교정수술 등을 집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청자를 속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구강외과의사는 “성형외과 쪽은 마케팅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대형성형외과의 대표원장들이 홍보 효과를 노리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고 있다”며 “이들 프로그램에서 최소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의사 및 치과의사를 섭외하고 방송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국민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고 해당 시청자를 속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