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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의가 봉? 월 100만원 받으라고?

열정페이 강요 심각·근로계약서 안 쓰기도…“직업적 가치 스스로 깎는 행위 사라져야”

최근 지방의 한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봉직의 자리를 구하던 A씨(여). 그는 한 교정 전문 치과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해당 치과의 원장이 ‘교정치료에 관해 알려준다’는 이유로 1년간 월 급여 100만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에 급여는 월 100만원’. A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최저 임금’ 수준도 안 되는 이 같은 급여 조건이 황당하기만 했다.

그는 “사실 너무 적은 금액이어서 깜짝 놀랐다. ‘열정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교정’을 알려준다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따로 시간을 내서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인데, 교정치료에 관해 알려준다는 이유로 월 100만원만 받고 일하라는 건 좀 지나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새내기 치과의사들이 봉직의 구직을 위해 개원가의 문을 두드리는 시즌이 찾아온 가운데, 일부 치과에서 이처럼 ‘임상 수련’을 명목으로 최저 임금 수준도 안 되는 급여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치과의사의 직업적 가치를 스스로 깎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개원 4년차인 K원장은 “최저 임금 수준도 안 되는 급여를 주면서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것은 치과의사의 직업적 가치를 스스로 깎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곳에서 과연 얼마나 책임 있는 진료를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능하면 정당한 급여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임상 부분은 외부 세미나를 통해 배워 나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근로조건’ 서면으로 명시해야

특히 봉직의들이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만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분쟁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서울의 한 치전원을 졸업하고 수도권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있는 B씨는 “친한 학교 선배 치과에서 봉직의로 일을 시작한 지 이제 2주 정도 됐는데, 아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대략적인 근로조건을 구두로만 협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로는 봉직의로 일하게 되는 치과 원장과 학교 선·후배 사이인 경우가 많고, 구직자 입장에서 먼저 근로계약서 작성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봉직의와 원장 간 근로조건을 문서 상으로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을 경우 각종 분쟁 발생 시 심각한 감정대립 또는 법적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치협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난해 ‘치과 원장과 봉직의 간 근로계약서 작성 체크리스트’를 제정했다.

체크리스트에는 ▲계약기간 ▲급여 및 상여 ▲퇴직금 ▲복리후생 ▲근무시간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료사고 책임 ▲퇴직 절차 등 19개 항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는 원장과 봉직의 간 근로계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노무 관련 사항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최희수 치협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근로계약을 맺을 때 구두상으로만 하게 되면 자신한테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불리한 것에 대해선 기억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고용자도, 피고용자도 모두 본인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며 “과거처럼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아무리 친한 선·후배 사이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계약은 필요하다. 체크리스트 내용을 가감해 작성함으로써 치과계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체크리스트는 ‘치협 홈페이지(www.kda.or.kr)→치과의사 전용(Dentists Only)→개원119(고충위)→자료실→기타 자료’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