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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치과대학 케이스 ‘서명’ 위조 파문

개인 일탈 넘어 교육 시스템 문제 대두
‘양적 평가’서 ‘질적 평가’로 전환 지적

수도권 소재의 한 치과대학에서 몇몇 학생이 ‘케이스(Case)’ 숫자 조작을 위해 레지던트의 ‘서명’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일부 학생의 일탈 행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치과대학 교육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부정행위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질적 평가’보다 ‘양적 평가’에 치중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서명 위조…“배신감 느낀다”

본지 취재 결과, A 치과대학의 몇몇 4학년 학생이 케이스 활동을 하면서 레지던트의 ‘서명’을 위조하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B 학생이 작성한 ‘사과문’을 보면 “이번에 교정과 사인 위조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고 그로 인해 교정과 케이스 정산 파동이 생긴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중략)”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학생은 이 같은 내용의 공개 사과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4학년 동료 학생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A 치과대학 4학년 학생들은 부정행위자들에 대해 대체로 엄중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A 치과대학의 C 학생은 “동기니까 당연히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점수를 더 잘 받기 위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그렇게(사인 위조) 했다는 데 배신감을 느낀다”며 “학교 측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지만, ‘덮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 치과대학의 한 보직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인 징계 절차를 묻는 질문에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기다려 달라”고만 밝혔다.

# ‘개인’보다 ‘시스템’의 문제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정행위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양적 평가’에 치중하고 있는 우리나라 치과대학의 교육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A 치과대학에서와 같은 부정행위를 낳는 교육 시스템 전반을 성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 치과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C 교수는 “현재 치과대학에서 학생들을 평가할 때 ‘케이스 숫자’와 연결해 얼마만큼 임상능력이 있는지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케이스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서명’까지 위조하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된 것 같다”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환자를 구하기 어렵고, 교수들은 병원 진료에 내몰리다 보니 학생들의 임상 능력을 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신경 쓰기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다.

강신익 교수(부산대치전원 의료인문학교실)도 “지금 같은 시스템하에서라면 그런 문제(서명 위조)가 어느 학교에서나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데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면, 학생들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이 잘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내부의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반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교수는 “학생을 평가할 때 ‘역량’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은 그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케이스를 몇 개 했느냐’에만 관심이 있다”며 “의대, 치대 교수들의 업무라는 게 (크게 보면) 교육, 연구, 진료 세 가지인데 교육은 항상 뒷전이다. 이것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