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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보톡스 판결까지, 무슨 일 있었나?

이강운 치협 법제이사
보톡스 6년의 사투, 그 숨은 뒷이야기 공개

지난 7월 21일 대법원은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의사 A 원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이 같은 판결을 얻어내기까지, 그동안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가운데 이강운 치협 법제이사가 있다. 주무이사로서 지난 6년여간 이 사건에 매달렸기에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25일 그를 만나 이번 재판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이강운 이사와의 일문일답.

A원장 보톡스 사건, 그 발단은?

지난 2011년 9~10월께로 기억된다. 의과계 모 단체가 조직적으로 전국의 치과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톡스·필러 시술하는 곳을 샅샅이 찾아냈다. 그리고 대규모 인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극히 일부만 기소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A원장 사건이다. 

어떻게 대부분 불기소 처분 됐나?

당시 전국 각 검찰청에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대한 고발이 들어오자 검사들이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검찰에서 치협에 의견조회 공문을 보내왔다. 당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은 ‘미용목적의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은 안 된다’고 돼 있었기 때문에 치협은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적법함을 증명하는 자료를 관련 학회와 외국에서 수집해 검찰에 제출했다. 또 각 검찰청 담당 검사들을 직접 여러 차례 찾아가 해당 자료에 대한 설명도 했다. 이를 통해 대부분 불기소 처분이 이뤄졌다.

검찰에서 ‘지침’을 만들려고 했다던데?

서울중앙지검에 의료전담부가 있었는데 전국 검찰청에서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에 관한 문의가 쏟아졌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에선 ‘지침’을 만들어 전국의 검찰청에 내려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그 지침이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청에 직접 찾아가 “그건 만들지 마라. 어차피 기소된 사건이 있으니 우린 법원에서 끝까지 다투겠다”고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해 지침 만드는 걸 막았다. 이때 지침이 만들어졌다면,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 전개됐을 것이다.

A원장은 1, 2심에서 왜 졌나? 또 이 과정에서 치협의 역할은?

우선 1, 2심까지는 A원장이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진행했다. 또 그 당시 치과계 내에서 ‘왜 이마에 보톡스 시술을 하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관련 학회의 경우에도 ‘우리 학회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냥 두 손 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료영역’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관련 학회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찰 측에 보내고, 검찰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보톡스 사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미용목적의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유권해석을 바꿔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 의료라는 것은 ‘기능’과 ‘심미’가 합쳐진 것이므로 그걸 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협이 양해해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복지부는 이 문제를 ‘직능발전협의회’에 맡겼다. 그러나 여기서도 제대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의과계 모 단체가 전방위적인 압력 행사?

해당 단체가 정확하게 막후에서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모르지만, 전방위적으로 압력행사를 한 것으로 안다. 우선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압력이 들어왔었고, K모 방송사에선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식으로 방송했다. 당시 해당 방송을 보고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언론중재위원회에 가져가 ‘반론보도’를 이끌어냈다.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리게 된 배경은?

공개변론이 그냥 열린 게 아니다. 그동안 이 같은 축적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앞서 복지부 내 직능발전협의회에서 수차례 열린 회의 결과를 비롯해 K모 방송사로부터 얻어낸 ‘반론보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확보한 충분한 자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치과 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범치과계 비상대책위원회’  가 구성됐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대법원 공개변론을 준비하면서 비대위가 꾸려졌다. 위원들 모두 노고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비대위에 성금을 내준 학회, 지부 등에 정말 고맙다. 개인 차원으로 성금을 내준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러한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보톡스 관련 재판을 치협과 의협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우리가 먼저 싸움을 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우린 ‘정당방위’를 한 것이다. 의협에서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과의사를 폄훼하고,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고시로 돼 있는 ‘교과과정’ 삭제까지 요구했다. 이는 같은 의료인으로서 매우 무례한 행동이었다.  

앞으로 치협이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대법원에서 이겼다고 해서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무분별하게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치협은 관련 학회와 논의해 보톡스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앞으로 협회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톡스 시술을 하도록 교육과 홍보를 해나갈 것이다. 그걸 어기는 회원에 대해선 (의료법 위반을 떠나) 자체 정화활동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