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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발치 후 혀 일부 마비 대법원, 치의 손 들어준 이유는?

“해부학적 원인…불가피한 손상 치의 책임 아냐”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른 신체적(해부학적) 특징을 가진 환자 A씨. 그는 지난 2008년 6월께 치과의사 B씨의 치과에서 사랑니를 발치한 후 혀 일부가 마비됐다. 이 경우 B씨는 A씨에게 법적(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까?

# 판결문서 4가지 이유들어 설명

대법원 판결을 통해 한번 알아보자.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3월 24일 좌측 상·하악 제3대구치를 발치한 후 혀 일부가 마비된 A씨가 치과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치과의사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크게 4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먼저 ▲발치 시 설신경의 손상은 마취 시 주사침에 의한 손상 또는 발치 시 얇은 설측 골판이 파절되면서 신경이 손상되는 두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점 ▲설측 골판이 파절되어 설신경이 손상되는 경우는 진료상의 부주의에 의해서도 발생이 가능하지만, 해부학적으로 설측 골판이 매우 얇거나 부족한 경우 및 설신경이 골판에 밀착해 지나가는 경우 단순 발치로도 설신경이 손상될 수 있어 치료과정에서 불가항력적인 부분으로 평가되는 점이다.

또 ▲원고의 경우 발치 과정에서 설측 골판이 파절되었는지 여부나 설측 골판의 형태를 확인할 수 없는 점 ▲원심은 원고의 설신경 해부학적 위치가 하악구치와 가깝게 붙어 있지 않다고 보았으나, 신체감정서나 진료기록, 감정서 등 원고의 설신경 해부학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B씨가 국소마취를 위해 주사침을 하치조신경 부위가 아닌 설신경 방향 쪽으로 잘못 찌르는 등 주사침에 의해 설신경이 손상됐을 수도 있으나, A씨의 설신경이 설측 골판에 밀착돼 지나가는 경우 등 그 해부학적 원인 때문에 일어난 불가피한 손상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설명, 동의만으로 모두 면책 안 돼

하지만 재판부는 원심에서 B씨가 이 사건 시술 당시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원심 판단에 위법이 있으므로 B씨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 부분도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의료인의 설명의무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 시켰다는 평가다. 개원가에서 발치 시 ‘설명의무’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출간된 ‘판례로 살펴본 치과의료과오’(대한나래출판사)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분쟁 예방책을 다음 같이 밝히고 있다.

“발치 과정 중 신경손상에 대비해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설명과 동의만 있다고 모든 경우에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치료방법에 대해 반드시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해준 뒤 환자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설명의무와 더불어 자기결정권 (보장)의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