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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아름다움서
삶의 번잡함 ‘훨훨’

눈 내린날 변산반도를 찾다 겨울 여행에 가끔 만나는 뜻하지 않는 행운이 있다. 봄 같은 날이 이어지면서 옛 집 돌담을 따라 드문드문 피어난 개나리꽃이 그렇고, 먼 남도 해안을 따라 가면 햇빛 잘 드는 양지에 가지런히 심어진 동백의 아름다운 자태가 그렇다. 그러나 겨울여행의 백미는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인 ‘눈’이다. 오가는 교통이 불편해서 그렇지 눈 내리는 겨울여행은 평생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매김질된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 있다. 서해안이다. 이곳이 해안과 지형적인 영향으로 자주 눈이 내린다고 일기예보에서는 빠지지 않고 말한다. 그래서 겨울 여행지로 서해안을 선택한다면 눈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매우 추워서 자동차가 오도가도 못하는 그런 곳도 아니다. 눈은 내리지만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은 쉽게 녹는다. 그래서 맘만 당차게 먹는다면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서해안의 몇몇 아름다운 해안은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미 많은 여행객들의 명소가 되었다. 서산·당진·태안을 아우르는 태안반도와 금강하구를 끼고 있는 서천과 장항, 군산 일대가 있고 그 남쪽으로 내려가면 서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을 간직하고 있는 변산반도와 선운사가 있는 고창해안이 대표적인 곳이다. 그 중에서 변산반도는 해안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땅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깊이와 문화의 다양성에서 월등히 많은 볼거리, 들을거리, 먹거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하겠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변산반도로 결정했다. 김제땅을 지날 때 즈음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급할 것이 없다. 길이야 어찌 되던 마냥 즐겁다. 이내 변산반도로 접어들었다. 부안 읍내를 지나면 곧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내내 길이 이어진다. 말 많고 탈 많은 새만금간척사업지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땅의 지도를 바꿔놓을 대역사. 그러나 지도를 바꿔놓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땅의 생태를 바꿔 놓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니 지금까지 사업은 진행하면서 쉽사리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길은 해안을 따라 계속 이어지면서 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인 격포에 닿는다. 격포에는 채석강과 적벽강이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바닷물의 침식을 받은 수성암층 적벽이 마치 수 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하며 곳곳에 해식동굴이 있다. 이곳의 경치가 당나라의 이태백이 배타고 술 마시다가 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닮았다고 하여 채석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채석강에서 연이어 있는 해안이 적벽강이다. 그러나 적벽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채석강에 몰려들어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취해 있지만 적벽강을 보지 못한다면 변산의 절반은 보지 못한 것이다. 이곳에는 백제 때의 제사 유구인 수성당이 있다. 멀리 위도가 보이고 그 위도바다를 지키는 개양할미에게 풍어와 안전을 비는 제를 지낸다. 수성당과 적벽강 주변은 조용하고 한적하여 나는 이곳을 즐겨찾고, 꽤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적한 해변을 거닐며 삶의 번잡함을 잊어버리곤 한다. 여기에는 후박나무군락이 있으니 찾아보길 권한다. 변산에는 후박나무를 비롯 꽝꽝나무, 호랑가시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바다의 매력을 가슴에 품고 변산이 간직한 보물같은 절집 내소사로 간다. 백제 무왕34년(633) 혜구두타라는 스님이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고려때의 사적은 전해지지 않으며 조선 인조11년(1633)에 청민스님이 중건했고 고종 때 관해스님이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눈이 내린 전나무 숲은 크리스마스 날 즐겨보던 만화영화에 나오는 장면같다. 사천왕문에 이르기까지 600m의 이 전나무숲길은 내소사를 찾는 이들에게 세속에서 시끄럽던 것을 모두 내려놓고 가라한다. 이 길이 끝나자 곧 단풍나무가 이어주고 그 마무리에는 사천왕문이 있다. 여기를 지나면 낮은 축대와 계단이 몇 차례 거듭되면서 조금씩 높아지는데 눈 쌓인 풍경에 취해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눈에 띄는 것은 950년 된 우람한 당산나무다. 일주문 밖에 있던 당산나무와 짝을 이루는 것으로 밖에 것은 할머니당산, 경내 것은 할아버지 당산이다. 당산신앙이 절 안으로 들어온 특이한 경우다. 당산나무를 지나면 주춧돌의 높이가 모두 다른 봉래루가 있고, 봉래루를 지나면 대웅보전이 높은 석축위에 단아하게 앉아 있다. 이 대웅보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전설에 따르면, 청민스님이 절을 중건할 당시 대웅전을 지은 목수는 3년 동안이나 나무를 목침덩이 만하게 토막을 내어 다듬기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난기와 심술이 가득한 사미승 하나가 그 중 한 개를 감추었다. 나무깍기를 마치고 토막 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