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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광고와 죄수의 딜레마

위헌 결정 후 불법 의료광고 더욱 기승
허위·과장 심각…사전심의제 부활해야


과도한 마케팅과 ‘의료광고’로 의료질서를 해하는 일부 치과의 모습은 게임 이론의 한 모델인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죄수의 딜레마’가 자신의 이익만 극대화하려다가 결국 모두가 나쁜 결과를 얻게 되는 상황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죄수의 딜레마’의 구조를 보자. 어떤 범죄의 공범으로 지목된 A와 B는 격리 수감된다. 검사는 두 명의 공범을 기소하기 위한 증거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는 자백을 받아 범죄를 입증할 계획을 세우고 A와 B를 상대로 신문한다.

이때 검사는 두 사람에게 각각 범죄 사실을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석방하는 반면, 다른 공범은 징역 3년을 받게 된다고 제안한다. 즉, 누구든 자백을 하면 그 사람은 석방되지만 나머지 공범은 3년의 징역을 받는다.

하지만 두 공범이 모두 자백하면 각각 징역 2년을, 둘 다 자백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각각 징역 6개월을 받게 된다. 이 경우 A와 B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백함으로써 두 사람 모두 징역 2년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죄수의 딜레마’는 ‘서로’가 아닌 ‘자신’의 이익만 고려한 선택(자백)을 함으로써 결국 모두에게 나쁜 결과(징역 2년)를 얻게 되는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의료광고’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어 보인다. 가령 같은 시기 인근 지역에 C와 D 두 치과가 개원했다고 하자. 이때 C 치과만 광고를 한다면 단기적으로 봤을 때 D 치과보다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 C, D 치과가 모두 광고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들 모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두 치과는 비용만 들이고 효과는 얻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다.

# ‘자율징계권’ 통한 선제적 제재 필요

이런 딜레마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원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터넷을 비롯한 에스엔에스(SNS), 지하철, 버스 등에는 치과 의료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규정한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 등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후 불법 의료광고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치료 효과를 보장하거나 허위·과장된 내용으로 환자를 현혹 또는 오인하게 하는 의료광고가 무분별하게 게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광고는 일반 상업광고와 달리 엄격한 심의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인 단체의 공통된 주장이다.

왜 그럴까. 먼저 치료 효과를 허위·과장하는 의료광고는 국민에게 왜곡된 의료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는 결국 의료인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각종 비급여 진료비 할인 이벤트 관련 광고는 의료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할 우려가 있다. 자본력이 큰 대형 치과가 공격적으로 이러한 광고를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적어 그럴 여력이 없는 동네치과의 경영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이벤트성 의료광고는 의료소비자들에게 ‘의료’를 ‘상품’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환자들이 의료의 질보다는 진료비를 기준으로 치과를 선택하게 하고, 수가 덤핑 치과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치과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먹튀 치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유난히 컸던 이유도 이러한 의료현실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까. 지금으로서는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를 부활시키고 ‘자율징계권’ 획득을 통해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의료광고를 더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강운 치협 법제이사는 “의료인단체 중앙회가 주축이 되고 의료인들이 중심이 된 심의기구가 의료광고를 사전 심의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돼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율징계권’을 획득해야 한다. 현행 의료법상에선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의료광고를 우리가 자율적이고 선제적으로 제재할 수 있으려면 자율징계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