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A원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K도경찰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하 합동단속반)이 합동으로 자신의 치과에 마약류 단속을 나온 것이다.
갑작스러운 마약류 단속에 A원장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자신의 치과에서 사용하는 약품 가운데는 마약류로 분류되거나 특별히 문제 될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동단속반의 확인 과정에서 한 직원이 A원장 몰래 치과에 약품을 공급해주는 중간도매상으로부터 처방전 없이 ‘푸링정’(식욕억제제)이란 약품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푸링정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서 마약류로 분류되고 있다.
A원장은 비록 자신 몰래 약품을 구입하긴 했지만 해당 직원 등에게 피해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다.
합동단속반은 그런 A원장에게 사실상 두 가지의 선택지를 줬다. 먼저 ‘의약품관리대장이 미비치 됐다’는 내용으로 A원장이 ‘확인서’를 쓰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할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기록은 남더라도 과태료 500만원을 내면 해당 직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문제가 해결된다는 설명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처방전 없이 푸링정을 구입한 해당 직원과 이를 공급한 중간 도매상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었다.
A원장은 고민 끝에 ‘확인서’를 쓰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까지 인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다른 치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치과 약품 관리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혹시 마약류 단속을 받게 되면 단속반이 제안하는 대로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치협에다가 적절한 해결 방안을 문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A원장은 “향정신성의약품뿐 아니라 미용에 관련된 약품들을 직원들이 임의로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직원을 도와준다고 단속반원들이 제시하는 대로 따르게 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서류상으로 확인서를 쓰게 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접한 B원장은 “보통 치과의원에서 직원에게 필요한 약품 구입을 맡긴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직원들이 이런 점을 악용해 영양제나, 호르몬 주사제, 심지어 보톡스까지 중간 도매상에게서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개원가 원장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A원장과 같은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마약류취급자가 아닌데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소지, 소유,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푸링정’은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로 분류된다”면서 “(마약류취급자가 아닌데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소유, 사용할 경우)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 위반이 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