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도읍으로 삼은 지 600년이 넘었으니 시내 동네, 골목 어디 한군데라도 오랜 역사의 자취가 배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근현대사의 굴곡과 혼란으로 말미암아 궁궐 같은 덩치큰 일부를 빼곤 그 많은 흔적들이 대부분 뭉개지고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변명이라도 하듯 무언의 표지석이 한편에 앉아서 텅빈 흔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관심을 갖고 보면 성내라고 불린 사대문 안에는 이런 표지석이 의외로 많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는 창경궁과 맞닿은 곳이라 여느 성내 마을에 못지않게 많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옛 창경국민학교를 허물고 지은 치과병원 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 입구에 있는 표지석에 따르면 이곳은 조선 세조때 뛰어난 관리이며 큰 학자인 이석형(李石亨, 1415-1477)이 살던 집터였다. 그는 진사, 생원, 문과의 과거시험에서 연속 장원급제하였으며, 요직인 집현전을 거쳐 한성부윤, 대사헌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그는 뜰 한가운데 작은 연못을 파고 그 옆에다 이엉을 얹은 정자를 짓고는 계일정(戒溢亭)이라 이름하였다. 후손더러 명성과 권력, 재물과 복을 얻는 데 넘치는 일이 없도록 항
지난 3월 취임한 정기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첫 해외출장지를 사우디아라비아로 정하였다. 그는 현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환자송출, 의료진 연수, 병원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보건의료관련 업무협의를 마치고 귀국하였다. 그의 두툼한 귀국 보따리에는 특별한 서류가 하나 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치과분야 의료진연수에 관한 것이었다. 노독을 풀 틈도 없이 그는 관련기관에 전화로 이를 알리고 준비를 요청하였다. 바로 사우디 보건부 담당자들이 국내 치과의료기관을 둘러보기 위해 내한하였고, 그 결과 지난 5월 30일 ‘진흥원-사우디 보건부 간 치과분야 의료진연수 시행합의서’가 체결되었다. 연내 입국 예정인 사우디 치과의사들은 1년간의 한국어 연수를 마치는 대로 국내기관에서 3년간 유료연수를 받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아랍 전통복장을 한 환자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동지역 환자는 2009년 600여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515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4개이던 협력병원도 8개가 늘어나 모두 12개 의료기관과 동의서를 체결하였으며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70년대 중동건설 붐으로
요즘처럼 덥고 건조한 날이 계속되면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가 원인이지만,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처럼 광활한 지역의 산불은 낙석과 바위의 마찰이나 번개와 같은 자연발화가 더 많다고 한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는 개체수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평소보다 더 많은 송진을 분비해서 발화 조건을 쉽게 만든다. 스스로 사멸의 길을 택해 산불 뒤에는 경쟁력이 우수한 종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산불로 생긴 재는 영양이 풍부한 토양을 만들고, 살아남은 나무는 이를 양분삼아 더욱 튼튼한 나무로 자라난다고 하니, 이런 산불은 재앙이 아니라 생태계의 놀라운 자기조절 본능의 조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좁쌀만한 크기의 치태(바이오필름)에는 일억 마리의 세균이 있으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균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세균은 다행히 숙주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정상 상주균이지만, 일부는 치주질환이나 치아우식증을 일으키는 원인균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를 부식시키고 잇몸뼈를 녹게 만드는 이런 세균들은 그리 간단한 놈들이 아니다. 매일 칫솔질을 하고 가끔 스케일링으로 개체수를 줄이려는 숙주의 처절한 노력을 비웃듯이, 보란 듯 살아
보신각 종의 큰 울음과 함께 다사다난했던 계사년이 시나브로 역사가 되고 있을 무렵, 부지런한 사람들은 명산의 꼭대기나 동해로 돋을볕을 즐기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을 것이다. 매듭없이 흘러가는 시간이건만, 스물 네 시간 하루를 정해놓은 것은 매일을 새롭게 하라는 뜻이라면, 삼백육십오 일 한 해를 만든 일은 해마다 더 크게 새롭게 하라는 이치일테다. 어둠과 밝음, 소리와 빛,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절묘한 시점에서 사람들은 흩어진 마음을 일심으로 모으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두 손 모아 합장하는 구도자가 된다. 그래서 새해는 언제나 현묘하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그렇게 맞이하곤 하는 새해이건만, 갑오 신년을 맞는 치과계의 어깨는 쳐져있는 느낌이다. 환자는 줄어드는데, 임대료는 치솟고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이중, 삼중의 시름이 깊어졌던 지난 한 해의 고단함에 지친 탓이었을까? 아니면, 새해에도 이를 해결할 시원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전망 때문일까? 30~40대 젊은 치과의사들은 또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 불황의 깊이만큼이나 치과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은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