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사랑한 흰머리 소녀
제가 개원하고 있는 곳은 소위 반촌이라는 곳이어서 시골분위기도 많이 나고 더불어 환자분들의 나이도 다소 많은 편에 속합니다. 특히 근처에 요양기관과 치매병원이 있어서 치아와 잇몸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자주 오십니다.단발머리에 제법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한분 계십니다. 치아도 많으시고 잇몸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으신데, 오시면 항상 치아 빼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십니다. 구치부가 다수 없어 결정적일 때(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을때) 잘 못 씹어 드셔서 하소연을 자주 하셨더랬습니다. 요양기관에 계신지라 틀니하실 여유가 없으셨습니다.어떻게 해드릴까 고민하다가 마침 도에서 어르신 틀니 보급 사업을 했었는데 대상이 되실 것 같아 보건소에 연락해보니 조건이 되신다고 해서 상하악 국소의치를 제작해드렸습니다. 처음 하시는 거라 적응에 시간이 좀 걸렸으나 최근엔 제법 잘 사용을 하시는지 오실 때마다 인사가 황송할 정도로 극진하십니다.그동안 몇 개 남지 않는 치아를 가지고 조금씩 씹으면서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잘 하셨나 봅니다. 다른 분들보다 얼굴에 생기도 있으시고 말씀하시는 게 거의 박사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르신 틀니 대상자가 되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