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소개할 비극 여주인공은 마법을 부리는 야만족 공주 메데이아입니다. 메데이아는 남편의 배신에 분노하여 남편과 함께 낳은 자식들을 살해하는 여인으로 알려져 있죠. 이처럼 메데이아는 모성을 저버린 무자비한 여인입니다. 메데이아 신화는 이아손의 영웅 신화와 연결된 서사입니다. 영웅 이아손을 사랑한 메데이아 공주는 이아손이 황금 양피를 구하는 모험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여 이아손을 도왔습니다. 그래서 이아손은 그 성공으로 눈부신 명성을 얻었고 메데이아와 함께 자식을 낳고 살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영웅과 공주의 사랑과 모험의 로맨스라 하겠죠. 그러나 이아손은 코린토스의 공주와 결혼하여 메데이아를 배신했습니다. 달콤한 로맨스가 쓰디쓴 리얼 스토리로 바뀐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메데이아는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이아>의 주인공으로 배신한 남편에 분노하여 자식들을 살해했습니다. 이러한 비극 신화 이전에 알려진 신화에서는 메데이아 자식들의 죽음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메데이아가 코린토스의 왕을 살해하자 이에 분노한 코린토스 시민들이 그녀의 자식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또 메데이아가 마법을 부려 자식들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려 했지만 마법의 실패
클뤼타이메스트라가 딸을 희생한 남편에게 복수하며 악령의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 주에 소개할 비극 여주인공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의 사랑을 되찾으려다 남편을 살해하고 그에 대한 책임으로 자결하는 고귀한 여인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네요. 데이아네이라(Deianeira)는 “사내를 죽이는 자”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 사내가 남편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그녀의 남편은 바로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 영웅 헤라클레스입니다. 제우스의 아들로 인간사회를 위협하는 괴물들을 퇴치하기에 문명의 수호자이며 인류의 은인이라 불립니다. 그리스 비극 이전의 데이아네이라 신화는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여걸전>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녀가 마음이 눈멀어 옷에 독을 발라서 남편에게 보내자 남편이 그 옷을 입고 죽었다고 합니다. 남편이 다른 여인을 사랑하자 데이아네이라가 질투에 사로잡혀 고의로 남편을 독살한 것입니다. 소포클레스의 <트라키스의 여인들>에서 데이아네이라는 다른 인물로 형상화되었습니다. 이 비극은 중년 부인 데이아네이라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탄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헤라클레스는 문명의 수호자며 인류의 은인이지만 가정에는 너무나도
기원전 458년 아이스퀼로스가 대 디오뉘시아 축제 무대에 올린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은 그리스 비극의 유일한 삼부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삼부작은, 아가멤논을 살해한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살해한 오레스테스가 아테네 여신이 창설한 배심원 재판정에서 무죄 방면되는 과정을 극화했습니다. 아테네 여신의 섭리로 가부장제도가 다시 확립되고 복수의 정의가 문명적인 정의로 진화하는 극적인 순간을 목격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시민국가 아테나이가 탄생합니다. 이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아가멤논>인데, 이 비극의 주인공이 바로 클뤼타이메스트라입니다. 그녀는 스파르타의 왕 튄다레오스와 레다의 딸이고, 아르고스 왕 아가멤논과 결혼하여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크뤼소테미스, 오레스테스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를 읽어보면, 클뤼타이메스트라의 불행한 과거를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본래 유부녀였지만, 아가멤논이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을 살해하고 강제로 그녀와 결혼했다고 합니다(1149-52). 이 사건에 이미 비극의 씨앗이 뿌려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사시 <오뒷세이아>에서 처음으로 클뤼
이번 칼럼은 “그리스 비극 무대 위 여주인공들”이란 주제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서 신화 속 여성 인물이 비극 작품에서 어떤 비극 주인공으로 형상화되는지, 그리고 남녀의 갈등으로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는 디오니소스신을 찬양하는 축제가 열렸는데, 이 축제에서 비극은 단 한 번 공연할 목적으로 무대에 올랐던 공연예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비극은 오늘날까지도 고전으로 두루 읽혀지는 문학이 되었죠.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함께 고전의 목록에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오이디푸스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 아니 범죄를 발견하는 과정과, 고의로 한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스스로를 징벌하는 행위에서, 운명과 자유의지의 극적인 긴장과 합일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운명과 자유의지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가 형상화되어 있기에 그리스 비극이 고전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또 다른 보편적인 주제들로는 신과 인간의 관계, 복수의 정의, 인륜과 법률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