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3번째) 밤 깊은 소관탈(상)
밤 깊은 소관탈(상)
드디어 가까운 지인인 H교수와 소관탈 섬으로 밤낚시를 가기로 약속한 날이 되었다. 낚시일정만 잡혔다 하면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 때문에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심지어는 조용히 잠들었다가도 안방 천장에서 환영처럼 요동치는 찌의 신기루에 화들짝 놀라 비몽사몽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출조 전날쯤 되면 반은 미친놈 형국이다. 별로 쓸데가 없는 낚시용품들까지 모조리 늘어놓고 이상한 열병식을 거행한다.
그냥 사용해도 될 깨끗한 낚싯대를 괜스레 닦아대다가 무심코 벽에 들이꽂아 값비싼 카본 호사끼를 잡아먹고 혼자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곤 한다. 아마도 낚시 매니아가 아니라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사건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보통 때에는 좋은 물건이나 패션에도 관심이 없고 백화점에도 잘 가지 않지만 유독 낚시용품만은 모조리 최고급 명품들이다. 온 집안에 시글시글 넘쳐나던 낚싯대나 알록달록 동글동글한 찌, 장구통 릴이나 스피닝 릴, 고어텍스로 된 모자와 낚시 옷, 갯바위용 장화 같은 허접때기들의 가격을 알아낸 아내는 하마터면 졸도할 뻔 했었다.
집구석 여기저기에서 쓰레기처럼 발에 걸리던 물건들이 모조리 일반인의 상식
- 김영진 원장/ 영진치과의원
- 2010-01-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