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흐는 우리 집 막내 고양이다. 한국 토종 삼색 고양이이며, 생후 4개월 정도에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주택가 화단에서 태어나 삐약삐약 울고 있던 어린 고양이를 나의 친인이 발견하여 동물병원에 맡겼는데, 수일이 지나도 분양이 되지 않아 내가 덥석 그 고양이를 맡게 되었던 것이었다. 나는 당시에 이미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에, 한 마리 더 키우는 게 별일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손쉽게 결정을 내렸다. 키우던 고양이들이 모두 ‘흐’자 돌림이었기에 때문에, 나는 이 막내 고양이에게 ‘러흐’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러블리(Lovely)’의 ‘러’자를 넣어서, ‘사랑스러운 고양이’라는 의미로. 하지만, 러흐는 지독한 말썽쟁이였다. 애묘인의 집에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만 자란 첫째 고양이와, 길에서 태어나자마자 구조되어 내가 직접 젖병을 물려 키운 둘째 고양이와는 달랐다. 4개월 동안 길고양이로 살아온 습성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린 러흐가 보여준 야생성과 활동성은 나를 아연하게 만들었다. 러흐는 내가 아끼던 화분 위에 올라가서 온종일 흙을 팠고 뿌리와 이파리를 모조리 물어뜯었다.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에 매달려 옷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어느 월요일 아침, 치과에 출근했더니 50대 여성 환자가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치과에 오시는 분들은 주말에 큰 불편함을 겪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디가 불편하셨냐고 환자분께 물었더니, 앞니에 때워 놓은 수복물이 빠져서 주말 내내 곤란함을 겪었다고 하셨다. 검진을 했더니, 위 앞니 사이를 수복했던 재료가 완전히 탈락한 상태였다. 나는 환자분에게 다시 때워야 한다고 설명을 드리면서 혹시나 또 떨어지면 치아를 완전히 씌워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하였다. 순조롭게 치료가 끝난 후 환자분은 다시 예쁘게 때워진 앞니를 거울로 감상하며 말했다. “아유, 이제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겠네요.” “주말 내내 외출도 못 하시고, 많이 불편하셨죠?” “말도 마세요. 사실 제가 이 앞니를……” 환자분은 환하게 웃으면서 이제야 말문이 트였다는 듯, 자신의 앞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었다. 어렸을 때 생겼던 앞니 사이 충치 때문에 치과에 주기적으로 다녔다는 그분은 3~4개월 전에 앞니의 수복물이 완전히 떨어져서 치과에 갔었다고 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방문한 치과였는데 원장님의 호탕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