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디지털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니, 나는 여전히 치과의사이지만, 한 손에는 익숙한 핸드피스가 아닌 마우스를, 다른 손에는 밀링머신에서 갓 나온 크라운을 들고 있었다. ‘어쩌다 치과의사인 내가 이렇게 디지털을 공부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 글의 제목, ‘어쩌다 디지털’은 인기 TV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의 축구팀 어쩌다FC에서 착안했다. 한때 최고의 운동선수였던 이들이 은퇴 후 축구를 배우며 엉뚱한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에서 웃음과 공감을 얻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당혹감과 도전이,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배우며 겪는 우리 치과의사들의 상황과 묘하게 닮아 있다고 느꼈다. 디지털 기술은 치과에 혁신을 가져왔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본을 뜨고, 석고 모델을 만들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치료를 했다. 그때는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디지털은 치과의 모든 분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주류가 되어버렸다. 이제 학회에서도, 논문에서도, 환자 상담에서도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한때 아날로그 방식에 능숙했던 뭉쳐야 찬다의 출연진처럼, 낯선 디지털 환경에서
- 조석환 아이오와치대 교수(보철과 학과장)
- 2025-05-07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