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는 오래 간직하고 싶은 좋은 기억도, 지워버렸으면 하는 부끄러운 기억도 있고, 가슴 저린 아련한 기억도 있을 수 있지요. 필자는 73년 경희치대를 졸업하고, 3년의 조교생활을 거친 뒤, 76년 3월 군의학교에 입교했습니다. 그곳에서 군 후보생 교육을 받고 치과 군의관 대위로 임관해 서부전선 최전방인 어느 육군 보병사단에 배치받고 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사단은 한국전쟁 때 미군과 경쟁하면서도 평양에 최우선으로 입성해서 세계 전쟁 역사에도 기록된 최정예 사단으로 유명했습니다. 압록강 물을 담아 이승만 대통령에게 바친 전설적인 부대였고, 국군 창군 시 모태가 된 부대이기도 해서 역대 군 고위 지휘관들이 대부분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아무튼 몇 주간의 군사 훈련을 받자마자 대위 계급을 달고, 사단 사령부 의무대 치과 반장으로 근무하게 되다보니 급격히 변한 환경에 어리둥절할 뿐이었습니다. 대학이라는 온실에서 자라던 화초였다고 할까요. 그럭저럭 군 생활에 적응할 즈음,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판문점 안 남측지역에 있는 미루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서 북측의 움직임을 잘 관찰할
- 조재오 경희치대 외래교수·구강병리과 전문의
- 2022-06-27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