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몰아쳤던 구강조직학, 생화학, 치아형태학, 전반적인 생물학, 치과재료학 등 본과 1학년의 첫 중간고사를 우당탕탕 마쳤습니다. 바로 다음날, 며칠간의 밤샘이었지만 피곤한지도 모르고 새벽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여수 돌섬의 한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목욕을 한 듯이 새로워진 느낌이랄까요? 꽉 차서 답답했던 가슴 속이 확 비워지는 듯한 느낌에 상쾌함까지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2주가 지났는데도 어째서인지 그 카페에서 느꼈던 감정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날의 휴식이 이렇게나 여운이 남기에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먼저, 휴식에 대한 제 경험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고작 26살에 불과하지만, 이때까지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뛰어난 친구들 사이에서 뒤쳐지지 않으랴 애썼고, 현역으로 서울대학교에 진학해서는 나름대로의 목표를 이루고자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복수전공에 동아리회장, 인턴 경험에 학술대회 참여까지... 방학 때는 글로벌한 시야를 넓히고자 여행도 빠짐없이 다녔습니다. 알차고 주체적인 제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주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 새학기라는 말은 마냥 신나지만은 않습니다. 내향적인데다가 낯도 가리는 성격이라, 친구들을 새로 만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약간의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유독 새학기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서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던 제가 이제는 치의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바래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악명 높은 본과 생활을 시작하려니 막연한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제 두 번째 대학 생활이 될 치과대학에서는 첫 번째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학생으로서 지냈던 첫 번째 대학생활에 후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니 ‘이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은 종종 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지난 5년 중 아쉬웠던 것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조금 더 학문적인 호기심을 드러내볼걸, 조금 더 교수님께 다가가볼걸, 조금 더 대외적인 활동도 많이 해볼걸… 이렇게 적어보니 후회만 가득해 보이네요. 사실 즐거운 일들도 너무 많았는데 말입니다! 하여튼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제가 치의신보에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던 식품영양학과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치의신보에 글을 쓰게된 이유는, 지난 몇 달간 ‘함께아시아’라는 치과진료 봉사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하며 직접 보고 느낀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의 현실을 미숙한 글솜씨로나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봉사’라는 가치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저의 글로 인해 누군가가 봉사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보다 보람찬게 없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 소개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최예슬입니다. 치전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치과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던 중, 1365라는 봉사활동 사이트에서 함께아시아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선생님들께서는 함께아시아라는 단체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아시아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을 위해 무료로 치과진료를 제공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2010년에 화계사라는 국제선원에서 장소를 빌리며 시작되어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