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있을 때 다른 분들은 언제 내가 외국에 나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지, 무엇을 보고 가장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지 궁금하다. 나는 간판을 보면 ‘아 내가 정말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땅에 와 있구나, 내가 바다 건너 남의 나라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말로 쓰인 글자의 간판들이 달린 마켓, 카페만 봐도 참 설레는데 이 중 나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치과이다.치과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생긴 습관 중 하나인데, 언제부턴가 해외에 나가면 나도 모르게 치과 간판을 찾아 두리번 두리번 거리곤 한다. 여행을 가려고 책을 사면 지도에 혹시 치과 대학교가 있는 근교 대학은 없나 찾아보기도 한다.사람이 참 재미있는 것이, 관심이 가니까 더 많이 보이나 보다. 모르는 글자들로 가득한 간판의 향연 속에서 Dental clinic, 齒科醫院 등의 글자는 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언어를 모르는 곳에 가면 눈코입이 달린 치아모양의 캐릭터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그리고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그 앞에 다가가서 찰칵, 사진을 남긴다.처음엔 이렇게 소심하게 시작된 나의 호기심이 점점 커져서 이제는 치과 내부로 노크를 하고 들어가는 단계로 발전했다. 하얀 치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공연 예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뮤지컬, 연극 등이 인기를 끌며 이제 인기 있는 공연은 몇 달 전에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기 힘들어지는 추세다. 작년에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공연장에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놀란 적이 있다. 공연 시작하기 전 라운지에서 기다리는데 여기가 브로드웨이라도 되나 싶을 만큼 외국인들이 많고 그 국적도 다양했다. 심지어 공연 중에 영어 자막 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자막도 함께 나오는 걸 보니 이제 K-POP, 한국 드라마 뿐 만 아니라 뮤지컬도 한류열풍인가 보다. 미국이나 유럽여행을 가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 극장인데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이 여행을 와서 공연장을 찾는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다.이렇게 멀리까지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몇 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내한공연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영국 런던의 오리지날 팀이 공연한 뮤지컬을 우리나라 극장에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상영하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은 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이 나갈 때 이미 극장에서 막을 내린 것은 아닌지가 조금 걱정된다.) ‘빌리 엘리어트’라는
언제쯤이면 환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그 환자의 주소가 무엇인가에 관계없이 자신 있게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을까. 이제 겨우 치과의사 2년차인 나에게는 ‘그날이 과연 오기는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얼마전부터 시작된 언니의 치통으로 인해 나의 걱정과 고민도 함께 시작되었다. 왼쪽 아래 어금니가 씹을 때마다 아프다는 언니의 주소는 교과서에서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crack tooth syndrome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마침 그 주에 휴무일이 껴 있어서 언니를 치과로 불러서 검사해 보았다. 보통 환자를 처음 대하면 진단을 하기 위해 의례적으로 묻는 문진과 검사의 절차가 있게 마련인데 며칠전부터 집에서 언니에게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서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도 생략하게 되고 자꾸 한 방향으로 치우쳐서 생각하게 되고… ‘이런 것이 VIP syndrome이라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VIP syndrome이란 아는 사람이거나 특별한 부탁을 받은 경우, 고위 인사들을 환자로 보는 경우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반복되다보면 오히려 치료가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거나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