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저녁식사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마감 기한과 함께 예상치 못한 원고 작성을 부탁받고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공보의 생활에 대해 편하게 수필을 작성하면 된다는 주문이었지만, 맡고 있는 직책상 오히려 공보의 생활에 대해 적어나가다가 너무 진지해질 가능성만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편하게 써내려갈 주제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던 중 주변에 굴러다니는 공들이 눈에 들어왔다. 30여년 전 이족보행을 시작한 이래로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하던 여러 종류의 공들. 이거라면 마음 편히 글을 쭉 써내려갈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재미를 붙인 종목은 야구였다. 야구를 하기에 다소 어린 나이였지만, 동네 놀이터에서 직접 파울라인과 베이스를 그려가며 하루도 빠짐없이 친구들과 야구를 했다. 그 시절 일기장을 보면 매일같이 그날의 스코어와 기록을 분석해 놓은 것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꽤나 열정적으로 즐겼던 것은 분명한 듯하다. 그 덕분인지 학부 때 야구 동아리에 용병으로 초청되어 나쁘지 않은 타율을 기록한 것으로 보아 조기교육의 중요성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농구와 축구로 종목이 변경되었다. 몸이 성장하
치협 임원과 시도지부 회장의 상견례가 지난 3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됐다. 이날 상견례의 키워드는 ‘소통과 화합’으로 김철수 협회장을 비롯한 김종환·예의성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단과 최문철 지부장협의회 회장도 이를 강조했다. 소통과 화합은 ‘짝꿍’으로 소통이 잘 되면 화합은 두말할 것도 없이 따라오게 돼 있다. 반대로 소통이 잘 안되면 결국 화합이 무너져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날뿐만 아니라 좋게 평가받을 만한 일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폄하되거나 묻혀버리고 만다. 치과계의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치과의사 수는 이미 포화 상태로 개원가의 경쟁은 날로 심해지고, 외부적으로는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개원가의 저항감과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법 의료광고 및 과도한 마케팅은 갈수록 도가 넘는 수법으로 지능화돼 내부 일탈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제30대 집행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내부의 갈등을 먼저 해결하면서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만 외부적으로도 치협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 흔히 변화와 소통에 대한 경구로 ‘窮則變, 變則
우리는 살아가면서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일어날만해서 일어나는 실제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질 못하고 관념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바라봅니다. 관념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치들입니다. 그러한 가치들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필요한 것들이지만 오히려 우리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관념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수용하는데 시야를 흐리게 하기 때문에 불만족스럽고 힘들게 사는 인생이 되기도 합니다. 병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입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치료와 장비를 동원해도 치료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일어나는 실제를 정확히 보질 못하고 관념으로 진단하면 처방이 부실하여 삶이 괴롭고 힘들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교육을 받으며 사회적 인간으로 자라다 보니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관념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관념적 판단이 삶을 지탱해 주는 구실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일어날만해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눈에 보이든 보
철저한 감염관리가 우리치과를 차별화 하며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 ‘치과를 운영할수록 중요한 것이 감염관리, 예방 프로세스더라’라는 메시지를 동료들에게 전하고 있는 김진립 원장(서울샤치과대표원장)이 감염관리 팁을 연재한다. ▶연재순서 1. 감염관리를 해야하는 이유 2. 멸균기 선택시 고려사항 및 멸균신뢰성 검사 3. 개인방호 4. 예방치료를 해야하는 이유 병원에서 우리는 매일 수많은 환자를 진료한다. 이 환자 중에는 건강한 환자도 있을 것이고, 전염성 병원균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있을 것이다. 병원균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 중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질환 또는 과거 병력에 대하여 의료진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개인보호장구 미착용이나 부적합한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여 감염된 의료진의 사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개인보호장구 착용과 탈의 시뮬레이션 경진대회가 개최되기도 했고, 이러한 의료계 내의 이슈를 통하여 올바른 개인보호장구의 착용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
요즘 나의 최대 천적은 4살배기, 1살배기 두 조카다. 이미 가족 내 서열을 나름대로 정한 두 녀석에게 있어, 이모란 언제든지 “놀자”고 하면 반드시 놀이에 참여해야 하는 ‘부하’같은 존재이고, 자기는 맛이 없어 먹지 않는 반찬도 나이와 건강을 생각해 반드시 먹게 해야 하는 ‘막내 동생’같은 존재이며(요즘 4살 조카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모, 꼭꼭 씹어서 다 먹어”이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뚝딱 앞에 대령해야 하는 ‘백화점’같은 존재이다. 결론적으로 서열 꼴찌라는 얘기다. 최고의 VIP, 상전 중의 상전인 조카님들은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이기적인 존재들이다. 자고 싶을 때는 주변 상황이 어떠하건 반드시 자야 하고, 먹고 싶을 때는 반드시 먹어야 하며, 식탁 위건 침대 위건 오르고 싶은 곳은 반드시 올라야 한다. 또 그것이 뜨겁건 차갑건 만지고 싶은 것은 반드시 만져야 한다. 자고 싶을 때는 불을 꺼라, 조용히 하라며 꼼짝 못하게 하다가, 주말에 늦잠이라도 자려 하면 몇 시가 되었건 “놀아야 하니 일어나”라며 잡아끄니 미칠 노릇이다. 어쩜 저만 생각하고 그렇게 이기적인지, 얄미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 그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galumph’라는 단어는 ‘쿵쾅 소리 내며 걷다’, ‘의기양양하게 걷다’라는 뜻입니다. 인류학자들은 이 단어를 멋지게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흔히 걸럼핑을 하고 있다고 하면 걷는 대신 정신없이 깡충깡충 뛰어 보고, 효율적인 길을 놔두고 경치 좋은 길을 찾아 걷고, 목적보다는 수단에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삶의 일부를 걸럼핑을 하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왜’라는 질문을 하지 말고, 당장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관심을 두지 말고 온갖 종류의 것들을 해보는 행위의 즐거움에 빠져 보라는 겁니다. 참된 유희의 시간은 그 시간에 값을 매기거나 경제성을 따지면 안 됩니다. 이런 걸럼핑의 시간을 통해서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을 수 있고, 직관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책을 읽을 때에도 가끔은 이런 걸럼핑이 필요합니다. 책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찾다보면 그것이 목적이 되고 책 읽는 시간대비 효율을 자꾸 따지게 됩니다. 결국
“OO에 있다. 몇 시쯤 끝나니?” 아침에 사소한 이유로 다 큰(!) 딸을 꾸짖는 문자폭탄을 날리셨던 엄마로부터 퇴근 무렵 또 날라 온 문자다. 데리러 오라는 말씀. 아직 앙금이 남은 채 도리 없이 가긴 가지만, 조수석에 들어와 앉으신 엄마에게서 살짝 풍기는 익숙한 향수냄새에 어느새 난 묻고 있다. “냉면 드실래요?” 물로 변한 내가 험준한 산골짜기를 종일토록 힘겹게 느릿느릿 흐르다가 저녁 무렵 엄마의 향기라는 절벽에 이르러 물보라를 일으키며 시원한 폭포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라고 한껏 멋을 부려 봤자 어쩌면 엄마보다 나 자신이 더 미웠던 하루의, 그 싱겁기 짝이 없는 결말이 쑥스러워 내미는 변명일 뿐입니다만. “나는 믿음을 위해 1년간 싸워왔다. 우리가 여기서 이기면 언제까지나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은 훌륭한 것이며, 그것을 위해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 격렬한 감수성의 마초작가 헤밍웨이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속 주인공 조든의 독백이다. 대학서 스페인어 강사로 일하던 청년은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1년간 휴가를 얻어가면서 까지 스페인내전에 참전한다. 헤밍웨이도 그 전쟁에 보병대위로 참전했지만 전투 못지않게 투우나 플라멩코에 매료되
지난 5월 3일부터 5월 6일까지 안중근 의사의 자취를 찾아서 중국 여행을 하게 되었다. 대학원 지도교수님 이셨던 김영수 교수님과 그 문하생 5명은 안중근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현장답사 일정에 합류하였다. ‘안중근 아카데미’는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과 평화사상을 주제로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약 15주간의 강의와 국외 안중근 의사 사적지 답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답사여행에 우리가 합류한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오전 하얼빈역 대합실 안에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토 히로부미의 특별열차가 오기를 기다렸고, 열차가 도착하여 오전 9시 30분경 이토 히로부미가 안의사 앞을 2, 3보 지나갔을 때쯤 이토 히로부미의 오른쪽 몸통을 향하여 권총을 발사, 그중 3발을 명중시켜 사살했다고 한다. 그리고 러시아말로 ‘코레아 우라(대한국 만세)’라고 외쳤던 것이다.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항일투쟁사에서 최초로 발생한 중대한 사건이며 이후에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정상 이유로 하얼빈에서 안의사 거사 이후 행적 순서대로의 답사가 아니라 역방향 순서대로 여순에서부터 답
20여년 전 쯤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외국과 국내 언론에서 대서특필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IMF 경제 위기였다고 했는데, 지금도 경제 위기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이처럼 우리는 늘 위기 속에서 살고 있기에 긴장의 끈을 풀어서는 안 된다. 지나고 보니 치과계에도 한때 좋은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치과계가 잘나가던 시절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리며 즐거워만 하지 않았나 하는 자성을 해본다. 최고의 정상에 있다 할지라도 샴페인은 영원히 터트리지 말아야 할 금단의 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우리 주변에 일찍 터져버린 샴페인의 허세가 남아있다면 완전히 제거한 후, 신발 끈을 다시 동여 메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그림 제목은 ‘Cham-Paign & Real-Pain’이다(그림1). 작자는 미상이며 1828년 영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도 작가의 위트가 넘쳐흐른다. 샴페인과 리얼 페인. 앞 단어 Cham은 Sham과 발음이 [∫æm]으로 똑같으며 Sham의 뜻은 가짜, Real과 대조를 이룬다. 뒷 단어 Paign과 Pain은 철자는 다
보건복지부가 소위 ‘명찰의무법’을 시행하면서 개원가의 반발을 사고 있는데 또 다른 규제법인 ‘설명의무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기관의 장은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도록 의료인, 학생, 간호조무사, 의료기사에게 의료기관 내에서 명찰을 달도록 지시·감독해야 한다는 소위 ‘명찰의무법’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하고 처벌 조항까지 명시해 논란이 됐다. 설명의무법 또한 처벌 조항을 마련해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밀어붙인 것이기 때문에 의료계로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한 명찰의무법에 이은 또 다른 규제법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명찰의무법의 경우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법 시행이 한 차례 유예된 바 있으며, 고시 시행 후 계도기간을 갖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의료계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법 시행에 따른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설명의무법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개원가에서는 2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 법을 잘 알지 못한다. 법 시행이 유예되든지 아니면 과태료 부과를 유예시키든지, 계도기간을 둬야 마땅하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늘어나는 의료분쟁 때문에 설명의 의무
지난 10여년 임플란트의 대중화로 다시는 오기 힘든 치과의 황금기를 이유 없는 경쟁심과 내 주머니만 채워보겠다는 지나친 이기심으로 덧없이 흘려 보낸 우리 치과계는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블루오션이란 용어가 우리 의료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갖고 있다. 블루오션이란 경쟁 없는 평화로운 시장을 의미하며 이론적으로 수요가 넘쳐 공급이 이를 따라가기 어려울 때 블루오션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의료산업에서 블루오션이 발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수요와 공급의 차원에서 의료서비스는 더도 덜도 말고 꼭 필요한 만큼만 제공되는 것이 최선이다. 의사의 공급이 부족하여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넘쳐나거나 의료의 과수요가 유발되어 의사들이 수지맞는 일이 생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교정치료가 차세대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그러나 푸른바다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많은 분야에서 인위적으로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