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모임이 있을 때 음주를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가 운전이 익숙한 관계로 대중교통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운전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대중교통이 편하지 않냐는 얘기도 하지만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로 아마도 그 만큼 편한 것에 길들여져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지만 의외의 변수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존재한다. 잘 굴러다니던 애마가 속을 썩이더니 결국 몇일 정비소에 들어가 오랜만에 지하철을 이용하게 됐다. “간만에 지하철 여행이나 할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타자마자 앉을 자리를 물색하는 내 모습을 보며 학생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빈자리가 보여도 앉지 않곤 했는데 “너도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생각을 문득했다. 나이 드신 어르신이 몇 분 지나간다. 그 분들께 자리를 양보해야 하지만 오래 가야 하는 관계로 딴 짓을 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들 저도 무릎이 좋지 않아서요.” 예전엔 사람들의 손에 신문 또는 책이 들려져 있었지만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제외하면 오랜만에 탄 지하철의 풍경은 많이 변하지 않은 듯 했다. 여느 사람들처럼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던 찰라 내 자리 바로 옆에 낯이 익은 내 또래의 남자가 눈에
최근 ‘제휴치과 제안서’로 인해 개원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제휴치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약 1000여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보험설계업체가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제휴치과 제안서를 보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이른바 ‘양심병원협회’가 다수의 치과를 대상으로 무차별적 제안서를 발급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55세 이상 무료구인구직사이트를 운영하는 A 업체가 서울시내 200여 곳의 치과에 제휴치과 제안서를 배포해 문제가 되고 있다. A 업체는 제안서에 해당 업체의 개인회원에게 치과 진료비 20% DC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어 황당하다. 하지만 황당한 이 업체의 제안이 제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동조하는 치과들이 있어서 이것 또한 문제다. 진료비가 마트의 공산품도 아니고 마치 상품을 거래하듯이 일괄 20%를 할인하라는 조항이 붙어 있음에도 이런 제휴에 응하는 치과는 다시 한 번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도대체 무엇에 제휴를 하란 말인가. 환자를 소개해줄 테니 진료비를 할인하는 행위에 제휴를 하라는 의미일진데 이런 타협이 온당하단 말인가. 이런 형태는 전형적인 ‘나쁜 소개’의 유형으로 볼 수밖에 없
꼬꼬마 초등학생이던 시절, 학교 갔다 돌아오는 하굣길에 알록달록 보도블록을 만나면 ‘빨간 블록은 밟아도 되고 하얀 블록은 밟으면 안 되는 거야’ 라며 친구들과 보도블록 밟기 놀이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빨간 보도블록을 따라 외줄타기 하듯 조심조심 걸어도 보고, 길이 끊기는 곳에서는 절벽을 뛰어 넘듯 있는 힘껏 점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장난을 하며 오느라 10분 거리의 하굣길이 30분도 되고 한시간도 걸렸습니다. 덕분에 어머니 애도 많이 태웠습니다. 작은 데서 가지는 큰 행복은 순수한 어린이들이 누리는 특권이 아닌가 합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만나기 어려운 웃음 터지는 즐거움을 이런 별 것 아닌 놀이에서도 느끼곤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삶을 살아가면서 보도블록 밟기를 합니다. 그동안 보고 배웠던 것들, 경험해온 것들로 형성된 가치관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옳은 것은 지키고 그른 것은 삼가하려 애씁니다. 이처럼 우리는 인생을 보도블록 밟기 놀이하듯 조심하며 걸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빨간 블록이 밟아도 되는 블록인데, 누군가에게는 밟으면 안되는 블록일 때도 있습니다. 또 어느 누군가는 빨갛고 하얀 블록이
나이 50이 넘어서부터 확실히 남자의 갱년기 시기임을 느낍니다. 소소하게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잘 삐집니다. 오늘도 아침에 별 이유 없이 답답하고 화가 나는 듯해서, 그리고 이 화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듯 해 역시 걸어보면 좋은 반응이 나올까하는 기대에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2시간 정도는 계속 가슴이 좀 답답했는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답답함이 온 데 간 데 없어졌습니다. 그냥 걷고 있는 나만 존재하며 피곤함과 지루함보다는 잔잔한 재미가 몸을 편하게 합니다. 무슨 화가 있었을까? 찾아지지도 않습니다. 명상 같은 것은 가끔 의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경우가 많은데 긴 시간 걸으면 걷는 의지만 있으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해집니다. 이러니 안 걸을 수가 없습니다. 몇 년 전 까지는 장거리- 최소 25~30km 이상-를 가끔 걸었으나 무릎을 삼하게 다친 이 후는 20km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다친 이유는 2012년에 100km, 50km 걷기대회 참가 이후 체력 관리가 잘 되고 제법 빠른 속도 이상을 낼 정도로 걷게 되자 자만심이 들어 산길도 조깅화를 신고 빠른 속도로 걸은 후유증입니다. 평지의 20km도 걸어보면 생각보다 긴 거리입니다. 몸에 무리가 덜 가고 적
협회장 직선제 반대는 필자의 지론이었다(프렉톨과 직선제: 치의신보 1995. 3). 민주주의 발전의 꽃인 대의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직선제를 택한 많은 유사단체가 투표율 저조에 따른 대표성 부족과 격렬한 비방·고발 등 선거과열로, 회장의 형사 입건 같은 후유증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총이 결정한 직선제를 대세로 받아들인다. 첫째 서구 자유민주주의에 비하여, 벼락공부로 압축성장한 대한민국 정치사회가 보여주는 현실이, “민주주의 정치성장에 월반(越班)은 없다”는 명제의 산 증거이기 때문이다. 겪을 일 겪고 고생 좀 해봐야 면역도 생기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3만 회원, 특히 젊은 회원들의, “이대로는 견딜 수 없다”는 변화 열망이다. 셋째 임명직보다 선출직을, 간선제보다 직선제 출신의 대표성·조직 장악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선입견 때문이다. 대학총장 호선(치과타임스 1993. 1)이나 협회장 직선제는 우리사회가 한 세대쯤 더 성장해야 비로소 개선될지 모른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빅뱅의 변수가 있지만…. 경제력 최우선 시대에 들어와 미용·건강·행복추구, 다른 말로 복지안녕 증진(Promoting well-bei
최근 부산지역에서 사무장병원 치과가 적발되는 성과가 있었다. ‘임플란트 66만원’ 식의 덤핑 행위로 부산지역에서 악명이 높았던 이 치과는 최근 경찰에 의해 불법 사무장 치과로 밝혀져 사법처리 됐다. 경찰에 따르면 치과재료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치과의사 원장의 명의를 대여해 4개월 동안 1억6000만원을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부산지방법원이 부산지역에서 치과의사의 명의를 대여해 치과를 개설하고, 요양급여비 2200여 만원을 편취한 사무장에게 징역 1년 형을, 면허를 대여해 준 치과의사에게 벌금 200만원과 500만원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이번 부산지역 사무장치과 검거를 계기로 부산시경찰청 차원에서 의료기관 불법행위의 대처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하니 늦은 감이 있지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 부산에서의 사무장병원 치과 검거에는 부산지부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부는 사무장병원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이를 척결하기 위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관계기관과 공조, 증거수집 및 고발, 대회원 캠페인 등을 전개하는 노력을 벌여왔다. 이번 결과도 부산지부가 시민들을 상대로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적극 알리기 위해 홍보대사를
다사다난이란 4자 성어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2016년을 보내고 2017년 정유년을 맞이했다. 2017년도에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대통령 선거를 해야하고 3월에는 3만여 치과의사를 대표하는 치과의사 협회장 선거를 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터닝 포인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2017년도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해가 될듯하다. 협회의 회원으로 직접 참여의 길이 넓어지는 방향 전환이 이뤄질 것이다. 어쩌면 늦은 듯한 직선제를 통해 처음으로 직접적인 권리 행사에 나서게 될 3만여 치과의사들은 권리에 따르는 책임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보다 정보의 접근성이 수월해진 요즘은 무엇보다 직접적인 소통에 소홀해질 수 있다. 직접적인 소통의 필요성은 IT의 발달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시대에는 더 중요할 수가 있다. 치과의사로서 살아온 15년을 뒤돌아 보면 결국 우리 집단은 환자를 대면하고 소통하고 직접 듣고 감각으로 느끼며 쌓여온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료에 있어서도 아무리 좋은 기구 장비가 새로 나왔다고 해도 손으로 직접 써보고 익숙해지지 않으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3D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장비가
이번호 부터 병원경영 컨설팅의 배테랑 조성민 대표이사(엠비에이코리아/병의원전용 ERP프로그램 ‘부엉이’)가 달라진 세법, 절세 전략 등 개원의들이 꼭 알아야 할 치과병의원 경영 노하우를 엄선해 매월 주 2회 격주로 게재합니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해마다 년 초에는 많은 기대로 시작하지만, 막상 현실은 기대와는 정반대로 흐를 때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의료업계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매년 늘어나는 병의원으로 인해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지고, 진료영역에 대한 각 분야의 서로의 기득권 지키기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016년 기준으로 치과병의원이 약 1만7000천 개소가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수익구조 역시 이전에 비해 상당히 열악해져서 심평원의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 요양기관(병·의원 등) 현황 통계’에 따르면 치과의원의 개원 대비 폐업기관 비율은 58%에 달한다고 한다. 새로운 치과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6곳이 문을 닫는 꼴이다. 문제는 의료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치과 건강보험 진료비 중 72%를 상위 50% 치과들이 전부 가져가고 나머지 50% 치과들이 28%의 진료비를 나눠가졌다”는 보도는 이를 증명한다.
그날은 정해진 날이다. 학교 처음 가는 날, 소풍 가는 날, 시집 장가가는 날, 예배당 가는 날, 팥죽 먹는 날, 고희 잔칫날,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애인 만나는 날, 손자 손녀 백일 날…. 정해진 날은 설레고 들뜨고 흥분되는 날이다. 밤잠을 자지 못하고 기다려지고 고대하는 날이다.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날이다. 특히 소풍가는 날아나 애인 만나는 날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날은 슬픈 날이다. 부모님 돌아가신 날. 어린 딸을 잃은 날, 낙방한 날, 실연을 맛 본 날, 부도가 난 날, 무언지 모르게 공연히 눈물 나는 날…. 이런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해진 날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피하려 하고 잊으려 해도 자꾸만 생각나고 떠오르는 날이다. 그날은 잉태와 생산을 상징하는 날이다. 보통 그날을 손님 왔다고 한다. 즉 여성의 경도와 월경의 날이다. 이는 자손을 번식시키고 잉태를 나타내는 증표다. 그날 즉 손님이 없든가 고장이 나면 자손의 생산은 이루어지지 않고 희망을 잃게 된다. 그래서 그날이 중요하고 꼭 있어야만 하는 날이다. 그날은 정년이 없다. 대체로 그날이라 하면 정해진 날짜와 한정된 기간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시작하는 날이 있으면 끝나는
제30대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상훈 예비후보의 부회장 후보인 현종오 원장이 발행하는 치과의사신문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선거관리규정은 여론조사 금지와 결과 공표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선거운동기간에만 해당돼 지금처럼 선거운동기간이 아닐 때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주체나 방법에 있어서 신뢰성과 객관성이 담보돼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어 문제다. 전문가에 따르면 치과의사신문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방식은 일련번호와 발송 주소 명부 대조, 회신된 응답자 팩스번호에 대한 역추적 등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한 회원을 추적할 수 있어 비밀선거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또 후보가 사주인 특정 신문사가 해당 선거의 여론조사를 주관하는 것은 이미 그 사실 자체로 여론조사의 의미가 퇴색돼 버릴 수밖에 없다. 20대 총선 전북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가 마련한 여론조사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특정후보 중심의 여론조사나 지지율 중심의 여론조사에서 벗어나 정책 및 공약에 대한 여론조사를 늘려나가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후보자가 스스로 의뢰하거나 특정후보와 관련돼 있음이 명백한 경우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공표 또는 보도하지 않는
가끔 퇴근길이나 출근길에 지인이나 가까운 환자분들 한테 진료에 대한 상담이나 문의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러 부위를 상담했던 지인환자분이 본인의 특정부위의 상태에 대해서 문의할때면 확실하지 않은 경우 섣불리 답변하다가 틀린 답변을 애기 할까 봐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잘 모르는 듯 하면 그래도 지인인데 성의가 없어보이고, 난처한 상황이 아닐수 없다. 그래도 확실한게 아니면, 잘못 답변해서 신뢰를 잃는 것 보다는 차트나 엑스레이를 보고 나중에 전화드린다고 하는게 맞는것 같다.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나중에 주워 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는 세월의 결과물일까? 아님 끊임없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속에 과부하가 걸려서일까? 아니면 환자에 대한 나의 관심도의 부족 때문일까? 날이 갈수록 건망증도 늘어 가고, 주변에서 비서 한명 두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농담섞인 핀잔을 들을때면 나름대로 통화할 때 녹음을 한다든지, 메모도 하고, 한편으로는 로봇비서도 생각난다. 친구 전화번호도 거의 외우다싶이했던 20대의 총기를 다시는 얻지 못하는 것인가? 굳이 이유를 들자면 디지털의 발달로 인한 암기에 대한 부담이 적어 지면서 굳이 외울 필요가 없는 상황과,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