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도읍으로 삼은 지 600년이 넘었으니 시내 동네, 골목 어디 한군데라도 오랜 역사의 자취가 배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근현대사의 굴곡과 혼란으로 말미암아 궁궐 같은 덩치큰 일부를 빼곤 그 많은 흔적들이 대부분 뭉개지고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변명이라도 하듯 무언의 표지석이 한편에 앉아서 텅빈 흔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관심을 갖고 보면 성내라고 불린 사대문 안에는 이런 표지석이 의외로 많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는 창경궁과 맞닿은 곳이라 여느 성내 마을에 못지않게 많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옛 창경국민학교를 허물고 지은 치과병원 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 입구에 있는 표지석에 따르면 이곳은 조선 세조때 뛰어난 관리이며 큰 학자인 이석형(李石亨, 1415-1477)이 살던 집터였다. 그는 진사, 생원, 문과의 과거시험에서 연속 장원급제하였으며, 요직인 집현전을 거쳐 한성부윤, 대사헌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그는 뜰 한가운데 작은 연못을 파고 그 옆에다 이엉을 얹은 정자를 짓고는 계일정(戒溢亭)이라 이름하였다. 후손더러 명성과 권력, 재물과 복을 얻는 데 넘치는 일이 없도록 항
오래 전 학부에서 배웠던 Stephan’s Curve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것이다. 식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산도가 낮아져 구강 내는 산성이 되며 그러한 산성환경에 법랑질의 부식, 즉 탈회가 일어난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타액에 의해 구강 내가 다시 중성이 되며 칼슘 등의 무기질이 치아의 표면에 재부착되며 재광화가 일어난다. 치과대학을 졸업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험문제로 만났을 Stephan’s Curve에 대해 개원의로 살아가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구강내의 산성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후 빠른 시간 안에 음식물 잔사를 제거하는 것이다. 제거되지 않은 음식물 잔사로 인해 구강내의 산성도가 유지되고 그러한 산성환경이 오래 지속되면 소위 충치라는 질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아건강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치과에서의 수복치료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칫솔질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과에서는 칫솔을 팔지 않는다. 치과의사는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입을 창출할 수 없는 일종의 노동직이다. 그러한 이유로 주식에 투자하기도 하고 다른 직종에 대한 막연한 선망을 가지기도 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수입이 생기는 부자아빠를
흡연은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지만 담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이러니 하게도 담배(tobacco)는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었다. 아메리칸 인디언은 담배가 상처를 치료하고 치통을 완화하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믿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 의해 담배는 16세기 유럽에 급속도로 전파되었고 다양한 치과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었다.1874년 미국에서 상품화된 ‘Dental Snuff’는 snuff(코담배)와 chewing tobacco(씹는 담배)에 소독제 또는 제산제로 추정되는 물질을 첨가하여 만든 제품이다. 이 담배는 치통, 신경통과 괴혈병에 효능이 있다는 엉터리 광고가 배포되었고 심지어 충치를 예방하고 치아 미백 효과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황당한 제품의 개발자가 볼티모어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 Robert Morgan(1844-1904)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나니 기가 막힌다.현재는 흡연이 폐암, 심장병, 구강암 발병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입증되어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금연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금연 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치과의사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봄으로써 지금 의료기관에서 시행중인
세상을 향하여 인격적으로 신뢰하는 것,자신의 운명에 “예”라고 화답하는 것,겨울철의 따뜻한 햇살과봄철의 아름다운 꽃들과달빛이 비친 바다와여름철의 장마와밤하늘의 별과10시간을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같이 있어주는 친구와수십년간의 나의 오해를 견디어준 가족에게 감사하는 것….다음세대를 위하여 기꺼이 자신의 운명에 “예”라고 화답하고 묵묵히 살아오셨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의 세대를 보게됩니다.그들은 이렇게 좋은 세상이 오게될 줄은 몰랐다고 말씀들을 하십니다.하지만 좋은 세상이 계속 지속만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때로는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후배들이 다양하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이고,그들의 자리를 양보해주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내가 누운 자리가 아무리 따뜻하고 푸근하다지만 항상 이불속에 누워있으면 그것은 병든사람입니다.푸근한 이부자리에서 벗어나 우리는 우리의 인생의 항로를 개척해야 합니다.이웃에게 보다 많은 자유를 주고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내것을 꼭 붙잡고 있어서는 곤란합니다.나에게 필요가 적어진 것을 내려 놓아야합니다.다양한 방향의 사회발전과 흐름을 우리는 다 막거나 제어할 수 없습니다.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의학계에서는 2009년부터 지난 수십 년간 방치되어 온 전공의 교육에 대한 성찰과 함께 체계적 전공의 교육을 시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로서 치의학의 ‘전속지도전문의’에 해당하는 지도전문의에 대한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설계를 시작하였다. 고도의 기술과 이타적 인성을 갖춘 전문의를 육성하기 위하여 우선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 부터 교육자로서의 품성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 후 수년 간 대한의학회와 대한병원협회의 주도로 교육제공자로서 필수적인 교육자 자질을 담보함으로써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하여 지도전문의 교육 제도를 마련하였다. 2013년부터는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에 대한 의무적 교육이수제도가 시행되어 2014년부터는 새로 임용된 전공의 수련 교육 담당 교원들은 이 교육을 이수하여야 지도전문의 자격이 생긴다.수련교육현장에서 많은 전속지도전문의가 각자의 교육관과 사명감을 가지고 전공의들의 수련교육 환경 조성에 애를 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자신들의 전공의 시절 선생님들의 교육 방식을 역할 모형으로 삼아, 사회로부터의 의료 수요 양상의 변화를 교육에 반영하지 못한 채, 치의학 임상 교육의 속성상 도제식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20여년 방패가 되어주셨던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치과의사로 다시 태어나신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돈 잘 벌고, 환자에게 존경받고, 가정에서 자상한 치과의사로 성공하셨습니까? 진료가 끝나고 손을 씻으며 슬쩍 바라본 세면대 유리거울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를 지켜보는 스탭의 눈동자에서.“돈 많이 버는 네가 더 많이 해야겠지 않니?” 라는 친척의 막무가내 요구 앞에서 쇼핑하듯 내원하는 환자의 친절 운운 말씀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질문하나. ‘나는 행복한가?’ 이제는 훌쩍 커버려 몰래 뒤에서 껴안는 것도 부담스러운 딸아이의 까르르 웃음소리에, 바가지 긁기 대신에 가끔씩 두드려주는 아내의 서투른 안마에, 떼쓰던 아이환자의 도망치듯 놓고 가는 초콜릿 하나에, 가까운 친구, 동료들과의 기분 좋은 술 한 잔에 도취되듯 떠오르는 답, ‘이게 행복 아닌가?’하나하나 직접 손과 눈과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봉사해야하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사시는 선후배들과 동료, 지나친 친절과 서비스의 강요에도 의연함으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비굴해지지 않는 권위를 가지신 치과의사 선후배 동료를 한없이 존경합니다.하지만 진료실 유니트체어에 설치된 모니터의 뉴스
미국 동부 보스턴의 3월 중순 공기는 아직 우리 한겨울만큼이나 차다. 찰스강을 건너는 하버드 다리에서 맞는 매서운 강바람과 길가에 아직도 허리높이까지 쌓인 눈은 이번 겨울 이곳 날씨가 얼마나 혹독했는가를 말해주는 듯하다. 17세기 초 첫 이주자들이 맞닥뜨린 뉴잉글랜드의 겨울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혹독한 자연은 이들에게 오히려 생존을 위한 지혜를 찾아내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초기 이주자들의 후예는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라는 거대한 창의의 용광로를 이곳 보스턴에 세웠으며, 여기서 만들어진 지식의 결과물들은 현재 켄델/MIT 지하철역 벽면을 빼곡하게 장식하고 있다. 연도별로 나열된 이 긴 목록은 세상을 바꾼 인류 최초의 발명품들이 매년 하나꼴로 이 지역에서 탄생했음을 말해준다. 더 놀라운 것은 창의와 발명 열기가 여전히 식지 않는 진행형이란 점이다. 지금도 하루가 멀다시피 새로운 연구소, 특히 IT와 BT가 연결된 융복합 분야의 기업연구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여기서 일과를 마친 젊은이들이 찬바람이 쌩쌩 부는 하버드 다리 위를 줄지어 달리고 있다. 보스턴은 활력이 넘치는 젊은 도시이다. 올해로 93회를 맞는 국제치과연구학회(IAD
Cogito, ergo sum Descartes는 그렇게 말했다. 사고하는 인간, 이성적인 인간. 우리는 진료실에서 늘 사고하며 유추한다. 하지만, 아주 노련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에 우리의 신체와 질병 그리고 그 상호관계 등 복잡한 알고리즘을 파악하여 정확하게 판단을 해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환자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몇 가지 객관적인 현상은 검사수치나 엑스레이 등의 데이터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인 검사의 의미는 확실한 진단이 아니라 단지 기저확률을 높이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치근단 사진에서 치근첨의 반사선 투과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치근단 병소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것이 모두 치수의 병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난 경우라 다소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Heuristics 사람들은 자신이 부딪히는 모든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오늘 점심은 어디서 먹을지, 어떤 물건을 구매할지 등을 생각하고 결정할 때 모든 정보를 취합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정확한 모든 정보를
아득한 옛날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오는 ‘전설따라 삼천리’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전자는 15세 나이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후자는 24년 전통을 이어오다 잠시 휴식에 들어간 상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설 또는 민요를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발굴 채집함으로써 역사를 계승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존재이다 라고들 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이러한 다리 만드는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방송 제작자들처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사와 혼을 집대성하는 작업은 언젠가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필자는 1973년 출판된 이한수 선생님의 ‘주말(週末)의 치과의(齒科醫)’와 지난 세밑에 발간된 ‘치아인문학’(한상국 저) 두 권의 책을 최근에 접하였다. 40년 묵은 책 냄새가 스며있는 도서에는 치과의사 25년 인생의 고지식(古知識)들이 켜켜이 쌓여있었고, 아직도 잉크 냄새가 가득한 책에는 치아에 관한 자료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어 필자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치아의 세계로 안내
“우상을 섬기지 말라.”어머니께서는 기독교의 10계명주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말에서 가끔씩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이성(異性), 명예, 돈이 이 시대의 우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아내와 기도할 때면 빠지지 않는 사람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실수로 의료사고를 낸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그들 중에는 저에게 3년간 협박을 하신 분도 있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묵묵히 참아주신 분도 있었습니다.개원을 하기전 긴 기간의 봉직의 생활에서 가끔은 침잠해져서 헤어나오기 힘들 때 어느 설교말씀을 듣고 한동안 열심히 했던 기도가 야베스의 기도입니다.성경에서는 남의 나라 종살이를 하는 이스라엘 민족들의 족보같은 것이 중간에 있습니다. 대부분 이름과 아이들을 낳았다는 말만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야베스라는 사람의 경우에는 제법 몇줄의 소개가 있고 그 앞장에는 야베스라는 지명이 나옵니다.사람이름과 지명이 같다는 것… 어쩌면 동일인을 가르킬 수 있다고 합니다.성경에서는 “야베스는 그 형제보다 존귀한 자라 그 어미가 이름하여 야베스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수고로이 낳았다 함이었더라…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가로되 ‘원컨대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地
전공의 한명이 자신이 속해있던 진료팀에서 쫓겨났다. 평소 자신의 담당 환자 진료를 위한 사전 준비가 미흡하고 연구발표가 소홀하여 수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의지를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전공의의 성취도 미달에 대하여 선진국에서는 교수법이나 수련기관의 학습지원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교수들이 전공의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의학, 치의학 교육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하나의 이슈는 ‘유급’이라는 의학계열 만의 독특한 징벌적 제도가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의·치대에서의 유급제도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더 나아가 의학 직역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련의 질 향상과 수련환경의 개선 등을 위해 추진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수련과정에서 전공의 유급제도 도입이 논의된 것을 계기로 전공의의 평가와 동시에 수련병원 교수 평가지침을 만들어서 전공의가 교수들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라포르시안, 2013.12.23.).전체 치대 졸업자의 37%가 넘는 300명 이상이 매년 전공의 교육과정을 시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