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봄비 오던 날 그날은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간암으로 저 세상에 일찍 간 친구의 일주기에 다섯 부부가 묘소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 TV에서 재기에 힘쓰고 있는 가수 남인수의 ‘봄비’ 노래가 울적한 마음을 흔든다. “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친구 부인들 앞에서 눈물 쏟지는 않아야 할텐데…. 친구는 학생 시절 명석하고 치밀했다. 그는 공부 욕심이 많아서 영양제에 각성제까지 한웅큼씩 먹으며 몰두하곤 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의 외국 지사장으로 절정가도를 달렸는데, 조석으로 꼼짝 못하고 환자에 묻혀 살았던 나는 해외 출장으로 훨훨 날아다니는 그가 부러웠다. 어느 날 느닷없이 그가 대만에서 국제전화를 해왔다. 평소와 달리 힘이 없었다. “용호야, 지금 접대차 또 룸살롱 가는 길인데… 지겨워 죽겠다…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네가 부럽다.” “이게 진료하는 것도 전쟁이다, 전쟁 야~ 회사 돈으로 노는데 얼마나 좋으냐~”했지만 그가 하도 절절 했으므로 난 주로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세월이 흘러 친구는 아들이 치과대학을 가겠다고 컨설팅을 해왔고, 때마침 동년배인 경
월요 시론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가을의 문턱에서 무더운 여름이 가고 싱그런 가을이다. 가을하면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감, 대추, 배, 사과가 떠오른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노랗게 익어 고개 숙인 벼도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푸르른 가을 하늘을 보며 엎드려 책을 맘껏 읽어 영혼을 살찌우고 싶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여유를 가지고 차를 마시며 수다도 떨고 싶다. 가을을 타나? 지난 여름 지독했던 더위와 싸우며 키웠던 자식 같은 곡식들을, 태풍으로 인해 수확하기 어렵게 된 농부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그런 아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실망감과 아픔으로 마음의 폭풍을 겪었다.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앞서니, 그렇게 행동한 지인에 대해 화가 났고, 마음을 닫고 벽을 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이 거리를 두려고 하는 마음의 상태로 된 것이다. 평소에,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고 어려워하던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자고 설득하면서 사람들간 관계회복을 잘 시킨다고 자부했던 나였는데, 막상 이러한 문제에 부딪히니
Relay Essay제1772번째 캄보디아에 묻어두고 온 행복 7월의 뜨거운 여름날, 27명의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더 뜨거운 캄보디아로 떠났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DeCA 동아리 학생들과 교정과 김태우 교수님, 치과의사 선배님, 위생사 선생님, 배우 임성언씨 등으로 구성된 이 거대한 집단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1주일간 캄보디아 현지인들에게 진료와 위생교육을 해 주고 온다는 직접 해보지 않고는 너무나 막연한 계획만을 바탕으로 함께 준비하고 출발하였다. 나야 뭐 한창 젊은 나이에 방학도 했겠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에 쉽게 결심하고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강의에 학회 준비에 환자 진료까지 빡빡한 일정 속에서 휴가까지 반납하고 함께 가시는 교수님, 개원 이래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는 강남 한복판의 병원을 1주일간 문 닫고 참석하신 마일스톤즈치과의 장원건 선배님, 사랑스런 둘째 아들을 얻게 된 지 한 달도 안 되었지만 사모님의 따뜻한 배려로 함께할 수 있게 된 서울인성치과의 박인성 선배님 등 각자가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상황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월요시론서은아 <본지 집필위원> 인간중심 미술치료 담당 치료자의 역할과 태도 인간중심 미술치료의 주된 목표는 사람들이 좀 더 자율적이고 자발적이며 스스로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내담자가 가진 문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내담자의 존재 그 자체에 초점을 둔다. 치료목표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성장과정을 도움으로써 그들이 현재 대처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에 대처하게 될 문제들에 대해 잘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목표는 개인이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이 되도록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은 자신을 통제하지 않으면서 방어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인 사람이다. 치료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경험에 대해 더욱 개방적인 사람이 된다. 또 자신을 신뢰하며, 자신을 내적 기준에서 평가할 수 있고, 성장을 기꺼이 계속하려는 자기실현화를 이루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룰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다. 인간중심적 접근법에서 치료자의 역할은 지식이나 이론, 기법보다 치료자의 존재 양식과 태도에 달려있다. 즉, 치료관계의 핵
월요시론정원균<본지 집필위원> 치의 새로운 미래상 위한 전략 구상하자 얼마 전 서울시치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반가운 동창을 만났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언행이 겸손하고 책임감이 남달라 늘 미더운 친구였다. 그날 이 친구와 마켓에서 음료수 한잔으로 나눈 대화는 지금껏 필자의 마음속에 짠하게 남아있다. 그 원장이 토로한 진심은 이랬다. “요즈음 같아서는 환자 대하기 괴로워. 환자가 치과의사를 아예 의심하려고만 들거든. 치과 경영의 어려움은 그나마 감수하고라도 이제는 최소한의 인격적인 자존심만이라도 지키고 싶은 심정이야.” 치계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분란과 위기의 시기가 또 있었을까? 치과의사가 국민의 불신과 질타를 받아 스스로를 절절히 아파하고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나 싶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내심 힘들어 하는 것은 환자의 따가운 불신과 의료인의 양심 사이에 끼어 자존감을 상실한 자신을 견디는 일이 아닐까…. 최근 몇 년 사이 치계에는 불법네트워크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정점으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내부의 모순과 부조리가 그 한계를 넘어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이 풍파로 인하여 자칫 치계 전체가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휩쓸러 가
월요시론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런던 올림픽을 돌아보며 17일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런던 올림픽이 현지시간으로 12일 저녁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전례없이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폭염에 밤잠을 설치며 외출조차 부담스러워 했던 온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대폭 낮춰주어 여름나기에 도움을 준 국가대표 선수들의 노고에 우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그리고 동메달 7개를 획득해 종합 5위의 성적을 올렸다. 혹자는 한국 특유의 엘리트 체육시스템과 군면제를 포함한 포상제를 등에 업고 만들어진 결과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땀과 노력과 도전으로 얻어낸 이들의 메달이 국민들에게 준 자부심과 그외 대한민국에 기여한 바가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으로 수영과 유도 그리고 펜싱 등에서 잇달아 터진 오심파동은 해당 선수 개개인들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심판들의 부족한 자질 외에도 국제사회 내의 정치와 힘의 논리가 스포츠 세계에도 실재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자국의 스포츠 지도자들이 나서서 힘 써주기를 바라는 네티즌들의 이중적인 잣대는 아
월요시론강병철<본지 집필위원> 자전거 타기로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람의 대열에 (하) 우리 모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때에는 친구들과 발길질도하고 놀리며 뒤를 쫓아 뛰기도 하고, 철봉에 매달리고, 공도 차고, 제기차고, 여자들은 고무줄도 하며 뛰어 놀았다. 뛰어 놀아도 “그렇게 무리하게 뛰다가 무릎 다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치과의사가 되어 어떤 운동을 하면 “무리하지 말라” “무릎 관절 다 나간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어릴 때, 청소년기에는 생활 자체에 운동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뼈, 근육, 인대가 튼튼하였다. 그래서 어떤 운동을 해도 무리한 운동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치과대학 다니면서 강의, 실습, 시험공부에 매달리면서 점차 운동에 멀어지고, 치과의사가 되어 대부분 운동에서 멀어졌다. 골프를 하더라도 주로 수평으로 몸을 움직이지 중력에 맞서는 상하 운동은 적다. 그 결과 우리 몸 근육의 2/3를 차지하는 다리 근육은 약해지고 뼛속의 칼슘도 많이 빠져나갔다. 그래서 갑자기 달려야하는 운동을 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고, 무릎이 아프면 나을 때까지 가만히 있어서 뼛속 칼슘은 더 빠져나가고, 근육과 인대는
월요 시론강병철<본지 집필위원> 자전거 타기로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람의 대열에 (상)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전거를 타는 어른, 아이, 젊은이 숫자가 현저하게 늘었다.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양한 수많은 자전거들이 어딘가를 향해 가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자주 보게 된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부터 달리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현재도 그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TV, 인터넷을 통해 4대강과 하천마다 자전거 길이 많이 생겼고 자전거 길을 지났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인증센터도 생겼다. 당연히 건강에 좋겠지만 그래도 뭐가 좋아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고 많아지는지… 이유가 있겠지요? 차를 타고, 기차를 타고 멀리 강변을 바라보노라면 저 멀리 잔잔히 물결치는 강물과 파아란 풀과 나무가 자라는, 가을이면 바람에 흰 꽃술을 날리는 갈대가 뒤덮인 강둑이 펼쳐져 있고, 때로 강과 절벽을 배경으로 나는 새도 보이고, 저 멀리 배경이 되는 우리의 산과 들도 함께 볼 수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서 저 아래 흐르는 강과 가장자리 모래사장이나 크고 작은
월요시론허 택 <본지 집필위원> 자기 얘기의 중독성 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트위터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유행으로 떠오르며 글로벌 대기업이 됐을까? 어떻게 페이스북이 생겨나게 됐을까? 답은 한 가지. ‘자기 얘기’를 열심히 하고 싶어서. 그리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일 것이다. 통계 수치를 봐도 그런 답을 얻을 수 있다. 눈 뜬 16시간 중 15시간을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 명에 육박함. 카카오톡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원시인 취급받는 현 시대. 그럼 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얘기에 몰두할까? 미국 하버드대 뇌과학 연구팀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은 답으로 제시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우리 뇌는 음식이나 돈, 섹스로 인해 느껴지는 쾌감과 같은 자극을 느끼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하버드대 뇌과학자 다이애너 타밀과 제이슨 미첼이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뇌 스캔사진 등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결론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 뇌과학 연구팀은 수십 명의 실험군 뇌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사진을 분석한 결과, 자기 얘기를 할 때 활성화하는 뇌의 영역은
월요시론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공정위 압박에 어떻게 할 것인가 20여 년 전 미국에 단기 연수로 처음 갔을 때였다. 잠시 시간을 틈내 LA한인 타운가를 들러 보았는데, 치과의 할인 광고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개원기념으로, 확장 이전으로 20% 디스카운트 세일” 하는 식이었다. 우리의 일부 치과에서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여기도 예외는 아니구나 하는 자괴감이 일었다. 법치주의가 엄격한 미국에서 백주대로상의 광고가 놀라웠다. 의료광고가 허용 안된 우리가 다행이며 이런 것은 수입해서 안되겠구나 여겨졌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지만 한국사회는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전투구(泥田鬪狗) 판이다. 자고 일어나면 기상천외한 일들이 뻥뻥 터진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욕하는 서기호 판사가 출몰하고, 진보당 사태로 어지러웠고, 미래 저축은행 회장이 어선으로 해외 도피 하다가 붙잡히는 일이 생겼다. 치과계에선 공정위로부터 5억 과징금이 부과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UD측의 제소로 협회가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지만 치과인들은 그런 내막이 진행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고, 설령 그렇다 쳐도 오히려 UD측에 공정한 철퇴를 내릴 줄 확신했기 때문이다. 공정
월요시론정재영 <본지 집필위원>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치과의사(8)-신성한 직업관과 동료의식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의료인인 치과의사를 진료비를 받는다고 사회에서 실업인이나 사업가로 부르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가 치의학을 과학과 동시에 예술 분야라는 정의를 들지 않더라도 그동안 전통적인 인식이나 사회관습은 치과의사의 직업적 성격을 고귀한 위치로 인정해 왔다. 예술가도 작품가치 인정을 경제적인 물질로 보상하지만 기업가나 장사꾼으로 부르지 않는다. 마치 신부님이나 스님에게 연보나 시주를 한다고 부정적으로 비판할 때를 제외하면 장사꾼이라고 하지 않고 존경하는 이미지를 가진 신분으로 대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 의미로 우리 치과의사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다. 인격과 진료의 관계는 어떨까. 작가의 성격이나 품성 또는 이념을 떠나 작품만 좋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인격에서 나오는 글이 아니면 그것은 독자에게 완벽하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미당을 친일이라는 이름으로 교과서에서 추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미당 제자들이 그런 주장을 앞장서서 하였다. 결국 논쟁을 만든 인사들도 인품의 문제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