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치과의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서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너무 답답하다고 서로 한탄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병원마다 크기는 모두 다르긴 하겠지만 어느 치과라도 야구장 만하게 드넓은 곳은 없을 것이고, 야외의 공기를 마시면서가 아닌 실내에서 하루 종일의 생활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다르지 않은 현실인 것 같다. 요즘 특별한 드라마적인 극적 주제를 억지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하는 어떤 PD분의 작품이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로 시청자들의 공감대속에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아마도 앞으로도 한 동안은 그 후속작들이 만들어져서 우리들의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그 중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볼 때에 신기하게도 드라마속의 주인공과 우리 치과의사가 묘하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탄탄대로의 인기절정의 프로야구선수가 여동생을 성폭행하려던 범인을 잡으려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실수로 죽이게 되면서 살인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아 감옥에서 일상을 보내게 되면서 그려지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서 같은 방 동기들뿐만 아니라
감염병의 위협이 날로 극성입니다. 누적된 스트레스가 사회 전반을 물들여가고, 무더위와 습기에 짜증마저 더해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붙잡아 간신히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수가 나타날 때까지는 말이지요. 제 경우에는, 4월로부터 한 차례 연기시킨 결혼식을 9월에는 반드시 진행하고자, 예비신부와 서로를 격려하며 매일의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좋은 소식을 알리면서도 모실 수 없는 사정을 함께 전하며, 안부를 이어갑니다. 개원가 선배님들의 넋두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치과계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라 여겨왔는데, 이제는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가령 환자들의 신뢰 감소, 직원들과의 불화와 같은 총체적인 어려움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어려움은 치과의료계를 포함한 전체 의료계의 환경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속화된 변화의 흐름을 부지런히 좇아야만 할 텐데, 그 흐름의 방향성을 어찌 읽으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변화의 방향을 건강관리, 구체적으로는 사람 중심의 건강증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개인을 건강증진 수행의 주체로 인정하여,
지난 6월 말 연세대학교 본과 3학년 학생들의 ‘치과의료변화의 비판적 이해’ 과목에서 한 학생이 이런 글을 썼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이슈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함부로 법을 제정해서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표와 지지율을 얻기 위해 보여주기식 의사처벌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편법과 악용의 여지가 있다.” 7월 23일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 첩약급여화, 원격의료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의사들은 정부가 의료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순차적인 파업을 선언했다. 엄정한 법정대응 속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8월 30일 자정 무렵 긴급회의를 통해 두 차례 투표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원점부터 논의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명문화못해 준데요. 파업 중단 후 국회에서 다른 법안들 통과시켜 35일 만에 효력이 발생하면, 그 땐 가중처벌도 피할 수 없어요.” 치과대학(원)생들과 전공의사들의 상당수는 90년대 생들이다. 사회적 공정과 개인의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못 박을 법·정책의 변화에 민감하다. 공공의대 설립의 주된 목적은 지역불균형 해소다. 젊은 의사에게 지역이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옛날 궁궐은 임금이 거주하는 집의 성격보다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방어용으로 세워진 초소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궁궐의 앞쪽에 대를 높이 쌓고 그 위에 높은 망루를 세운 관(觀)을 설치했습니다. 궁궐의 양쪽에 세워진 이 관은 군사용 전망대의 구실을 했는데, 여기서 바라보면서 주위를 살피는 것을 ‘관망(觀望)한다’라고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일이 되어가는 형세를 지켜보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왔습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많지만 유독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성에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낡고 높은 이 성에 올라가면 눈에 닿을 듯이 가깝게 강이 흐르는 시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해 질 녘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관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론 멍하게 그저 바라보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지만,
지난 번 시간에는 정리정돈 잘하는 것을 주제로 말씀드렸습니다. 정리정돈이란 어떻게 보면 삶에서 가슴 뛰는 일은 아니지만 세수나 집안 청소 같이 매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직장에서도 매번 가슴 뛰는 일 말고 조직의 필요에 의해서 누군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되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가슴 뛰지 않는 정리정돈 같은 일들이 주가 될 때 우리의 영혼은 시들어 갑니다. 그래서 정리정돈을 잘 하면서 나한테 가슴 뛰는 단 한가지의 일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인간은 빵만 먹고 살수 없고 나한테 의미가 없는 일들만으로 삶이 채워질 때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나한테 가슴이 뛰고 절실한 일을 찾아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의 졸업식에서 한 유명한 말 중에 ‘일’이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그 ‘일’을 사랑해야 하며, 만약 지금 그렇지 않다면 안주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는 여러 가지 종류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 중에 대부분은 남들도 하는 비슷비슷한 일들이고, 그 일들을 해야 우리의 직장이 유지됩니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된 COVID-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감염상태가 가장 심각한 미국에서 확진자 555만명, 사망자 17만여명이 속출하였고, 우리나라의 경우 누적 확진자 17,002명 사망자 309명이 발표되었다(출처: 2020-08-21,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질병관리본부). 최근 광복절 집회와 교회 집단감염 등으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국민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COVID-19로 인해 의료공백의 심각성을 인식하였고,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연차적으로 총 4,000명 늘릴 예정이라고 전격 발표하였다. 의사단체는 이런 정부정책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사측 주장은 현재와 같은 체제에서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질 하락을 야기할 것이며 의사정원의 확대보다는 제반 제도 정비와 시설의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의사협회의 주장에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배경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평행선을 유지하면서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이슈가 최우선의 정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구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지난번에 신문을 보니 방송에서 병원 광고를 허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이미 의료광고를 지면이나 인터넷에서 허용하고 있는데, 방송에 나온다고 더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은데요. 의료윤리에서 이런 부분도 다루는지도 궁금하고, 이 부분의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습니다. 익명 현행 의료법 제56조 제3항 제1호는 의료광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치의신보 치과 표준 기획연재 시리즈 이번 호에서는 치과용 임플란트의 역학적 시험방법인 피로도 시험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2016년 4월 치의신보 2404호에 이와 관련한 표준 설명을 기고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제3판 개정 작업 중이어서 제2판을 중심으로 소개한 바 있다. ISO/TC 106, 치과 기술위원회 중 치과 임플란트 및 이식재에 관한 표준은 SC 8 치과임플란트 위원회에서 제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출판된 국제표준은 <표 1>과 같이 총 9종이 있고, 이와 별도로 SC 3 용어 위원회에서 출판한 ISO 16443:2014, Dentistry-Vocabulary for dental implants systems and related procedure가 있다. 치과용 임플란트 시스템의 역학적 평가 방법에 대한 표준 중 가장 중요한 표준이 임플란트 시스템의 동적 하중 시험 방법에 관한 표준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언제까지 살고 싶으세요?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50대 중반을 넘어가니, 저 역시 죽는날까지 건강히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커집니다. 병원에서 연명치료에 기대서 삶을 연장하기 보다, 9988 이란 말처럼, 팔팔하게 살다 이 세상으로의 소풍을 마치고 싶습니다. 이럴 때 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요, 미국인 스콧니어링 이란 분입니다. ‘조화로운 삶’ 이란책으로 잘 알려진 분이지요. 1883년 생인 이 분은 1차 세계대전과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을 거치는 동안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이 환멸을 느끼고, 50세 즈음해서 버몬트 시골마을에 들어가 100살까지 산 분입니다. 이 분은, 지천명 즈음해서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재설정해서 나머지를 그 방향대로 살았다는 점, 100세 된 날 스스로 곡기를 끊고
마리안느 스퇴거, 마가렛 피사렉 이 두 간호사 분들은 의료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의 작은 섬, 소록도에 한 줄기의 빛처럼 다가오셨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인술을 실천하신 훌륭한 의료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주변에 대한 배려심이 삭막한 요즘 사회에 따뜻한 교훈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올해가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인데, 만리타국에서 한 푼도 받지 않으며 한센인들을 위해 평생을 봉사하신 두 간호사분의 헌신을 기리고자 노벨평화상 활동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수상 추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학생회에서 두 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하고자 교황청과 노벨평화상 위원회에 글을 쓰는 활동을 하며 대외적으로 두 분의 선행을 알리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저 역시 예비 의료인으로서 두 분의 선행을 기억하고, 의료계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이 이 분들께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는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국가의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소록도로 강제 이주시키며 그곳에서 강제 노역을 시켰고, 차마 눈 뜨고는 지켜볼 수 없는 인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제게 참 끊기 어려운 게 있습니다. 빵입니다. 팥과 치즈가 적당히 들어가 달달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게다가 금방 나와 따뜻하기까지 하면 참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점심 후에 직원들이 슬쩍 내미는 빵 접시를 거부하다가도 한번 집으면 그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날의 오후는 거의 분명합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가끔 복통도 있고, 저녁때까지 배가 빵빵합니다. 빵 만드는데 들어가는 밀가루와 여러 식품첨가물이 주범일 거라 의심하고 경계하면서도, 절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험을 했습니다.(Chassaing, Koren et al. 2015) 쥐에게 빵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여러 식품첨가물을 먹인 후 장 조직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장조직을 덮어서 조직을 보호하는 점액층이 없어졌습니다. 조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