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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합시다

스펙트럼

최근에 심심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심심해서 티비를 틀었다. 심심해서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아니라 심심한 시간과 씨름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어렸을 적에는 지우개를 사람인척 가지고 놀곤 했습니다. 말 그대로 먼 산을 바라보며 공상에 빠져들었던 적도 많습니다. 지금도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잠에 들기 위한 준비과정일 뿐, 깨어 있는 시간을 심심하게 보낸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티비만 해도 그렇습니다. 티비 채널을 손으로 돌리던 시절에는 모든 채널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교육방송이나 공영방송에서는 재미난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널 결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신문에 나온 채널 편성표를 외우는 것조차 어렵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리모컨이 생기고 케이블 방송이 시작되면서 채널 편성표를 외우기보다는 리모컨으로 채널을 올렸다내렸다 흥미있는 방송을 찾는데 시간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넷플렉스와 유튜브 시대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영상을 볼 수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잠시 삐삐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소심하고 급한 저의 성격 탓이겠지만, 오지도 않는 삐삐를 수시로 확인하고, 중요하지도 않은 음성메세지를 확인하느라 정신없었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결국 한 달 만에 해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애플의 로고가 아담이 먹은 사과를 이야기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 그리고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이런 것들이 하나로 합쳐질 수 없을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편리를 가져다준 것만이 아니라 족쇄를 채운 것이 분명합니다.


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는 동안 몇 번이나 카카오톡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고, 뉴스를 찾아봤는지 셀 수조차 없습니다. 저에게 촌각을 다투는 연락이 올 가능성도 없고, 페이스북이나 뉴스를 봐야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습관처럼 들락날락 거립니다. 물론 변명도 있습니다. 소리에 민감한 저는 소음에 대응하고 집중하기 위해 음악을 틀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끌 수 없어서 그렇다는 별로 설득력 없는 변명입니다.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속에 있는 몇몇 유용한 앱들 때문입니다. 물론 굳이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고, 또 스마트폰 하나에 모든 것을 저장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심심할 권리가 있습니다. 별로 재미나지 않아도 가족들과 동네 산책을 하고, 잘 못하더라도 악기를 연주해 볼 수 있습니다. 꼭 무엇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살지 않아도, 티비를 켜놓고 있지 않아도,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인터넷 세상에서 뒤쳐진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세상을 한 장 더 만든 것이 아닐까요? 아 물론 서울에서 농사짓자는 상상으로 발전하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돈의 노예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하여도, 나만의 생각을 갖지 못하고 인터넷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습니다. 늘 그렇듯 사실 저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