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없는 치과치료에 대한 염원은 어디까지일까.
국내에서는 아직 연구나 적용례가 부족하지만 해외에서는 치과에서의 최면요법이 다양한 진료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고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도 상당수다.
구강회복응용과학지 최근호에 실린 ‘치과 환자의 진료 만족도 증진을 위한 비약물적 접근으로서 최면 요법의 분석(저 옹승환 외 3명)’ 논문에서는 이러한 치과진료에서의 최면요법 효과사례를 종합해 눈길을 끈다.
논문에서는 미국임상최면학회의 자료를 근거로 최면요법을 통해 환자의 불안 감소, 마취, 구역질 반사, 수술 후 치유 촉진, 습관 조절, 턱관절 장애, 타액과 출혈 조절, 금연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치과진료 과목별 효과를 보면 외과 영역의 경우 최면요법을 병행해 마취 후 사랑니를 발치한 경우 국소 마취제로만 마취한 경우보다 수술 후 통증, 출혈, 진통제 복용량이 모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플란트 수술이나 치주치료에 있어서도 수술 전후 약물 복용량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으며, 통증감소나 치유가 빠르게 진행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존 영역에서는 국소 마취제에 과민반응이 있는 환자에게 신경치료를 할 경우 최면요법이 효과적이었으며, 구강내과 영역에서는 습관조절 요법으로 효과를 나타냈다. TMD 환자에 적용 시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턱관절 습관을 방시할 수 있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교정 영역에서는 헤드기어 등 장치착용 기간이 중요한 환자에게 적용 시 더 많은 시간 장치를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철 영역에서는 심한 구역질 반사가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이었다.
최면요법은 특히 주사 공포증이 큰 소아치과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보였는데,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해 최면에 빠르게 유도되는 경향이 있으며, 8~12세 정도의 연령에서 효과가 크다.
최면 상태는 경도, 중도, 고도 3단계로 나눠지는데 치과진료에 있어서는 전신이 이완되고 두눈이 감기는 정도인 경도 정도 최면상태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최면 유도방법은 최면술자가 익숙한 방법을 사용하되, 초보자의 경우 메모카드나 녹음 테이프 등을 활용하면 쉽게 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면효과에 대해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사람들의 80% 정도에서 효과가 있으며, 지능이 높을수록 집중력이 좋아 최면유도가 잘 된다고 한다.
단, 전문가는 최면요법만을 단독으로 마취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약물요법의 보조적 요법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계선 성격장애나 정신분열증, 정신지체 등 정신병리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나 알콜 중독자, 의심이 많은 환자 등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논문에서는 치과의사가 최면을 당장 임상에 직접 적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환자의 근육이완과 심리적 안정을 이끌어내는 최면요법의 기본효과를 잘 이해하고 응용하면 환자의 심신 안정과 불편감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논문 저자는 “환자를 최면 상태로 유도하는 과정은 의사가 환자의 비언어적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에 따른 최면 암시 언급을 하며 이뤄지는데, 비언어적 행동에 대한 의사의 이러한 언급은 환자로 하여금 의사가 자신을 더 세밀히 관찰하고 관심을 주는 것으로 느끼게 해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며 “의사는 최면요법 훈련을 통해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울 수 있고 환자와의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