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일본 SF애니메이션이 참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제목은 ‘용의 치과의사(龍の歯医者)’. 이 작품은 단순히 치과의사를 등장시켰다는 소재의 참신함 외에도 스토리상에서 ‘치아=힘의 근원’이라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어 아이들의 구강건강 교보재로도 우수하다는 게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의 전언이다.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작으로 꼽히는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츠루마키 카즈야 감독 등이 제작진으로 대거 참여해 에반게리온의 명성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용이 살고 있는 나라의 신화에 따르면 사람들과의 계약을 통해 용은 사람을 돕고, 사람은 용을 돕는다. 이웃국가와의 전쟁이 심화되고 있던 어느 날 용을 충치균으로부터 지키는 막내 치과의사 노노코는 용의 이빨을 통해 환생한 적군 장교 벨을 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적군 장교를 용의 치과의사로 받아들인 용의 치과의사들은 노노코에게 일을 가르치게 되는데, 용의 이빨을 공격하는 대형 벌레가 나타나 용은 위기를 맞게 된다.
황당하게 보일 법한 이야기가 치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이 애니메이션에서 용의 이빨이 용을 지탱하는 힘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이빨이 유일한 용의 약점이자 힘의 근원인데, 이것을 수호하는 치과의사들의 분투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정리하자면 용의 치아는 전신건강을 담보하는 게이트이고, 그 전신건강의 게이트를 치과의사들이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영화를 관람한 한 치과의사는 “치과의사들이 주인공이 돼 수호신을 지킨다는 얘기가 상당히 독창적이었고, 치과의사가 구강건강을 넘어 전신건강을 책임진다는 메타포를 읽을 수 있어 치과의사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용의 이빨을 위협하는 충치균들이 상당히 무섭게 묘사되는데 아이들의 구강건강 교재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감상평을 전하기도 했다.
# 치의학의 이 아픈 영화들
한국에는 치과의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애니메이션이 없는 것은 물론 치과의사를 다룬 영화 자체가 거의 없는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영화는 한석규가 주연한 <닥터 봉>이다.
1995년 개봉한 이 영화는 치과의사를 돈 많은 바람둥이 정도로 묘사해 치과계의 불만을 사기도 했는데, 당시 이 영화에 관해 본지에 리뷰를 쓴 현홍근 교수(당시 본과 4학년)는 “주인공인 봉준수는 고급차를 몰고 다니며 중류층 이상의 고층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접촉사고 장면에서 돈을 흩뿌리는”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치의학의 이 저린 역사’(제임스 윈브랜트 저)라는 책에서도 영화에 등장하는 치과의사들의 수난을 증언한다. 1919년 ‘돈에 환장한 치과의사(The Dippy Dentist)’라는 미국 영화에서 제작자는 치과의사를 조롱했으며, 1930년 ‘치과의사(The Dentist)’에서 역시 잔혹하고, 방종을 누리는 배역으로 묘사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이런 초기의 무성영화들이 치과의사들을 대놓고 조롱하면서 이후 영화들에서 치과의사들의 탐욕, 인정 없음, 잔인함 등이 여과 없이 확대재생산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