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제40대 회장 선거에서 최대집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가 승리함에 따라 강력한 대정부 투쟁으로 ‘문재인 케어 저지’를 부르짖은 최 당선인과 정부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해 보인다.
최대집 당선인은 당장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전권을 비대위로부터 위임 받고, 4월 1일 예정된 정부의 예비급여 고시를 저지하기 위한 5대 요구안을 전달, 관철되지 않으면 즉각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최 당선인의 요구안은 ▲상복부 초음파 고시 강행 중단 ▲시행 시기 추후 재논의 ▲급여기준 외 상복부 초음파는 비급여 적용 ▲보건복지부 의정협의 실무협상단에서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 교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쟁점으로 꼽히는 예비급여 도입은 ‘문재인 케어’의 첫 단추이기 때문에 철회하거나 유보한다면 큰 그림을 망칠 수 있어 정부로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에 따라 상복부 초음파 고시를 시작으로 예비급여 도입에 박차를 가하게 되면, 최대집 집행부와 정부의 ‘대(大)회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 당선인은 한 인터뷰를 통해 “예비급여 철폐와 비급여 전면급여화 반대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를 강행하면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2000년 의약분업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규모로 전국의사 총파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저의 공약이다. 이 공약을 걸고 당선된 만큼(정부가 강행하면) 반드시 파업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정부의 ‘의협 패싱’ 이뤄질까?
그러나 의협 내부의 심리는 다소 복잡하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사들의 불안감을 자양분으로 압도적 승리(30.01%)를 거머쥐긴 했지만, 당선인 특유의 정치적 편향과 잇딴 기행으로 인해 정상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아있다.
잘 알려진 대로 최대집 당선인은 태극기 집회에 잇따라 나서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명활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고, 해방기 극우단체로 악명 높았던 서북청년단을 계승한다는 자유통일해방군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을 외치며 한 화형식, 단상 박치기 등은 의료계 내부에서 유명한 일화다.
개인적인 기행과 별개로, 이번 당선을 만들어 낸 노환규 전 회장과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이 투쟁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일반 기층 여론과 집행부의 투쟁노선의 불협화음도 예상된다.
의협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선거 직후 결과를 보면서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추무진 회장에 대한 염증과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사들의 불안감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선거에서는 승리를 했지만 (향후 투쟁 국면에서)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보수파의 협조를 얻어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한 의사회원은 “극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의협을 대표하게 되면서 현 정부에 적대적인 정치 세력이 의협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면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의협은 포기하고 각 의학회, 병원협회와 협상을 하는 ‘의협 패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