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인 우리는 매일 같이 환자라는 타인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맺음 속에서 예기치 않은 의료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들은 이 부분을 간과해 왔습니다. 이런 태도는 마치 정글 속에서 아무런 방어도구도 없이 무방비 속에 우리 자신들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반드시 대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법률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부산대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치과의사와 법 이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재화 원장(부산 유펜치과의원)이 최근 대학원 수업교재인 ‘법학원론’을 출간했다.

저서에는 사회관계를 지탱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와 규범을 근간으로 법을 전혀 공부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법 지식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채워갈 수 있는 실용적인 지침이 담겼다.

“사실 어릴 적 꿈이 판사였어요. 그런데 치과의사가 됐네요. 치대 입학 후 예방치의학교실에서 공중보건학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학과 법학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이 참에 법 공부를 본격적으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다 잡고 뒤늦게 법과대학에 진학했어요.”

부산치대에 입학을 했지만 애초의 꿈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부산동아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해 2003년 졸업했다.

이후 판사의 꿈 대신 모교인 부산대치전원에서 후학들에게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부산대치전원 후배들을 위한 특강형식으로 진행되던 강의는 이후 정규과정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교과서가 문제였다.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서적들을 직접 찾아봤지만 내용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결국 직접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저서 집필은 법과대학시절 은사님의 도움을 받아 공동으로 진행했어요.”

교과서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실 있는 내용들을 집약해 전달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법과 사회 제도를 이해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치과의사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행복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의를 설계하고 싶었어요. 또 요즘 학생들은 의료행위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든지 법적으로 보호된 범위 내에서의 효과적인 병원경영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상당히 높아 그들의 니즈를 강의를 통해 채워 주고 싶었고요.”

그는 특히 동료 치과의사나 선후배들이 의료행위와 관련된 법적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법률적 지식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먼저 당황하게 되고 상황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치과의사들을 위한 ‘법학원론’ 교재를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선후배 동료 그리고 미래의 치과의사들이 법에 대한 무지의 결과로 발생하는 불행한 상황과 고통에서 자유로워지셨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2018년부터 보수교육 내용으로 의료윤리와 의료법령에 대한 교육이 필수내용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