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인 치료개념이 보철물의 수복이나 형태 재건 등에 머물러 있다면, 일본의 치료개념은 이런 전통적인 개념을 포함해 씹고 삼키는 기능(섭식연하) 전체를 재활한다는 개념까지 확장해 있습니다.”
대한여자치과의사회(회장 박인임·이하 대여치)가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영상은 일본 치과의료의 ‘부러운’ 현주소와 한국 치과계가 겨냥해야 할 지향점을 보여준 영상물이었다.
‘식사하셨습니까?’라는 제목으로 대여치가 자체 제작한 이 영상물은 대여치가 지난 2016년 정책연구소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일본 난요우엔 노인장기요양시설과 타마클리닉 재활시설 등을 방문하고, 그 결과를 영상으로 압축해 놓은 것이다. 동행취재는 아니었지만 르포형식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본다.
# 100세 노인에 적합한 음식 권고
이 연구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일본 특유의 정교하고 치밀한 시스템과 그것을 구동해 가는 치과 전문인력들의 노력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잘 알려진 대로 스스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 특히 고령의 노인을 위한 개호보험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다. 치과치료 역시 이 개호보험의 틀 안에서 잘 작동되고 있는데, 대여치가 찾은 모범사례는 도쿄도에 있는 난요우엔 시설과 타마클리닉. 이 중 난요우엔은 1963년 설립된 노인요양시설로, 현재 75세 이상 노인 600여 명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치과의사는 한 달에 2~3번 정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하거나 필요 시 추가로 방문하면서 방문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진료에 특화된 포터블 기구를 들고 시설을 찾는 치과의사는 틀니를 조정하거나 필요한 경우, 발치, 치면세마 등의 진료를 수행한다. 동행한 치과위생사는 입소 노인을 대상으로 양치질 교육을 하고, 잇몸관리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이곳에서는 이런 정기적인 진료 외에 섭식연하장애를 진단하고, 재활법까지 알려주는 검사를 진행한다. 대여치 방문단이 찾았을 때 진단을 받은 노인은 100세의 고령환자였는데, 의료진은 이 환자를 대상으로 이동식 내시경 장비를 통해 씹는 기능과 삼키는 기능을 종합적으로 검사하기 위한 진단을 실시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먹는 음식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이것을 섭취하는 것을 내시경 검사로 지켜보면서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지 환자와 보호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일주일 3건 이상 수행한다고 한다.
이런 섭식연하장애에 특화된 기관이 타마클리닉이라는 곳이다. 일본은 17년 전부터 노인들의 섭식연하장애에 대해 연구를 시작해 현재 치료, 훈련기구 및 식품개발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마클리닉에서는 씹고 삼키는 행위가 어려운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재활을 돕고, 환자의 상황에 최적화된 음식을 개발해 판매도 하고 있다. 키쿠다니 타케시 원장은 “섭식연하장애의 구강만 좋아지는 것을 넘어 혀의 기능 재활을 위한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치아가 아무리 많아도 씹을 수 없는 환자가 많은데, 이는 혀나 입술의 움직임에 장애가 온 경우다. 지금까지 치과치료의 결과가 딱딱한 음식을 씹는 데 맞춰져 있다면 앞으로는 확실하게 먹는 것을 목표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방문진료의 엔진 ‘지역포괄시스템’
정리하자면, 일본이 개호보험의 틀 안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치과치료는 단순히 저작의 문제를 넘어서 섭생을 완벽하게 하는 것, 즉 전신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돕는 것은 서두에서 강조한 방문진료와 지역포괄시스템을 지목할 수 있다.
지역포괄시스템은 말하자면, ‘당신이 병원이나 시설 혹은 가정 어디에 있든 우리는 당신을 찾아가서 케어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고도급성기(병의 급발 상황)에서는 인근 거점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은 인근 병원이나 시설에서 집중적인 재활을 받을 수 있다. 퇴원하면 바로 이 지역포괄시스템의 틀 안에서 가정에서 방문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24시간 대응의 방문개호, 간호서비스가 제공되고 배식, 쇼핑 등의 생활지원까지 이뤄진다.
이시이 미도리 일본 참의원은 “일본 정부가 현재 가장 공들이고 있는 것이 이 지역포괄시스템인데, 어디에 살고 있더라도 개호서비스를 통해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나이가 들어 개호가 필요하면 집에서도 충분히 구강케어나 치과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치과의사만 아니라 여러 직업군이 함께 힘을 합쳐서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박인임 회장은 “고령 노인의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흡인성 폐렴인데, 이것은 씹거나 삼키는 기능이 크게 저하돼 이물질, 세균이 폐나 기도로 넘어가기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일본은 구강의 수복을 넘어서 ‘확실히 먹는 것’까지 치과가 관리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한국 치과계가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