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치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양도양수를 원할 때, 공동개원을 해지하고 싶을 때, 그리고 경영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 누구나 한 번 쯤은 떠올렸을 질문이다.
특히 신규 개원 뿐 아니라 기존 치과를 넘겨받아 개원하는 사례가 점차 늘면서 양도양수 관련 분쟁 역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가치 평가 기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평가의 기준이다. 이해관계로 얽힌 ‘함수’를 단번에 풀어내기에는 객관적이며 동시에 현실적인 기준에 대한 치과계 내부의 공감대가 태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치협 치과세무정책특별소위원회(위원장 정명진·이하 세무정책소위)가 최근 실시한 ‘2019 치과병의원 경영실태조사’는 이 같은 화두를 향한 치과 개원가의 보편적 정서와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치과 주요 장비 보유현황 ▲치과 장비별 교체 주기 ▲치과 가치 평가 시 영업권 평가기준 등 3가지 틀에서 치과 경영의 현황을 진단한 이번 조사에는 총 1088명의 치과의사가 동참해 신뢰도를 높였다.
# 디지털 장비 교체시기 ‘평균 6.68년’
이번 실태조사에 응답한 치과의사들은 평균 4.98대의 유니트체어, 1.4대의 레이저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노라마, CT, 세팔로 등을 합산한 대형 방사선 장비는 1.48대, 포터블 X-ray, 구강센서, 스탠다드 X-ray 등을 합산한 소형 방사선 장비는 1.55대였다. 구강카메라는 1.74대로 조사됐다.
또 구강스캐너, 밀링머신, 3D프린터 등을 포괄한 디지털 장비의 경우 평균 1.86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컴프레셔, 미백기, 석션, 임플란트 엔진, 멸균기, 소독기, 무통마취기 등의 장비들 역시 1.1~1.7대의 범위 안에서 평균값이 도출됐다.<표1 참조>
장비를 교체하는 주기를 묻는 질문도 같이 던졌다. 유니트체어의 경우 평균 9.29년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레이저(8.34년), 대형 방사선 장비(8.95년), 소형 방사선 장비(8.74년), 미백기(8.17년), 컴프레셔(8.4년), 석션(8.05년), 임플란트 엔진(8.36년), 근관장 측정기(8.45년) 등 조사된 치과 장비들의 수명은 대체로 평균 8년을 넘어섰다.
이 중 교정용 웰더가 평균 10.67년으로 교체 주기가 가장 길었고, 최근 치과에서 도입이 늘고 있는 디지털 장비는 평균 6.68년으로 가장 교체 주기가 빠른 치과 장비에 이름을 올렸다.<표2 참조>
# 개원 비용 늘고 수익률 줄고 ‘이중고’
특히 이번 실태조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항목은 ‘치과 양수도 또는 지분 참여 시 영업권 평가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몇 개월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세부 응답에서는 최소 3개월부터 최대 36개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산됐지만 모든 조사 결과의 평균적인 값을 잡아 보니 9.3개월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치과 경영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최근 치과계의 경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즉, 기존 영업권 평가의 경우 3개월 매출 합산 또는 6개월 영업 이익 합산 등의 기준을 준용해 왔지만 최근 들어 병원 개원 비용은 늘고, 수익률은 떨어지는 현상이 심화되다 보니 이 같은 현실이 늘어난 기간으로 반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명진 세무정책소위 위원장은 “특히 영업권 평가와 관련해서는 1/3 정도 되는 분들이 6개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봤지만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이 12개월을 선택하다보니 그 평균값이 9개월에서 10개월 사이로 나온 것”이라며 “병원 가치 평가의 경우 은퇴하는 시니어 원장부터 개원을 준비하는 주니어 원장까지 모든 회원들에게 필요한 내용인 만큼 협회에서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기준을 조사해 제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