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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이야기

최치원 칼럼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 각각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난다.


물건을 다루고, 식사를 하고, 일을 하고, 칭찬과 약속의 증표로 새끼손가락을 걸어보고…심지어 욕을 할 때에도 사용하는 손가락은 가히 만능이다.
안중근 의사는 조국을 구하기 위하여 단지동맹하여 ‘조선의 독립을 원한다’는 혈서로서 비장한 각오를 표현하였고, 불교에서는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이라 하여 손가락 자체의 기능보다는 목적을 가리키는 매개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들은?


치과의사에게 손가락이 소중하고 각별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로 일반인의 손가락보다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조작을 하도록 훈련되어진 치과의사의 손가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핸드피스를 손에서 놓는 것은 은퇴를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죽는다는 의미의 ‘숟가락 놓다’처럼 ‘핸드피스를 내려 놓는다’는 것은 치과의사 직업의 사망선고를 뜻한다.


매일 세 번 숟가락을 드는 것 이상으로 핸드피스와 기구들은 한시도 치과의사의 손을 떠나지 않고 있으니 치과의사의 손가락은 직업의 의미를 넘어 많은 상징적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른손 중지에 박힌 굳은살을 훈장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치과의사들이 생존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음은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 제2조(본 협회는 국민보건향상을 위하여 치의학, 치과의료 및 공중구강보건의 연구와 의도의 앙양 및 의권의 옹호, 회원 간의 친목과 복지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기 대한치과의사협회를 3년간 짊어지고 갈 리더를 선택할 시점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치협 선거는 후보들의 공약집으로 회원들을 설득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선거였다면, 내년 선거는 여기에 덧붙여 명확한 리더의 각오를 직접 들어야하고, 이 각오를 회원들 앞에서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하는 진심을 확인하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故 노무현대통령이 정치를 하고자 찾아온 한 정치인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자네 왜 정치를 하려고 하나?”라고 묻자, 그는 “모든 국민들이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입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의 조언은 다음과 같았다.


“여보게! 옳은 말일세. 국민들이 가족들과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인데, 자네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진정 소중한 자네 가족들은 국민들만큼 행복해 할까?”


이어서, 노 대통령은 정치를 하려는 그에게 두 손을 들어 보이면서 이런 조언을 해 주었다고 한다.


“정치를 하다가 잃는 것을 세어보면 자네의 열손가락으로도 부족할걸세, 하지만 얻은 것을 세어보면 다섯 손가락도 남는다네”라고 하셨다고 한다.


진정 치과계의 리더로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故 노무현 대통령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 단체를 이끄는 단체장, 학교를 이끄는 학교장, 반을 이끄는 반장, 가족을 이끄는 가장에 이르기까지 리더에게 요청되어지고 있는 덕목은 시대적 상황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치과계 역시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치과계가 단지동맹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견지망월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리더가 탄생할 수 있도록 회원들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얻고자 하는 것에는 두 주먹 꼭 쥐며 열심히 달려가는 리더, 비록 많은 것을 잃을 줄 알면서도 치과계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열손가락 모두 펴보여 주는 리더가 탄생하도록 말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