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때 경기도 북부에 있는 포 사격장에 앰뷸런스(ABC kit에 있는 그런 앰뷸런스가 아니라 그냥 트럭 느낌이다) 지원을 자주 갔었다.
벌써 20여 년 전 일이지만, 그때 분위기와 느낌은 지금도 기억난다.
아침 일찍 출동(?)하여 사격훈련장에 도착했지만, ‘포 사격은 언제 하나?’ 싶을 정도로 한동안 그저 대기상태로 멍하니 기다리곤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오후 늦게서야 우리 부대 순서가 왔고 어둠이 짙게 깔릴 때쯤 끝났다.
이유가 있었다.
그 포 사격장을 우리 부대만 이용하는 게 아니었고, 여러 부대가 순번(예약?)을 정해서 하는 것이었지만, 정예 기갑사단들이나 규모가 큰 사단들이 우선 순위로 먼저 포 사격훈련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처럼 작은 부대는 그 순서가 한참 뒤로 밀리기도 했었다.
국산 자주포.
성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우리 부대는 자주포가 없었지만, 다른 부대에서 쏘는 자주포 소리를 기억한다.
하루 종일 가까이서 듣는 포 소리는 엄청 컸다. 연습용 및 실전용 포탄을 쏘는 정식 훈련이었다. 전쟁이 나면 정말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때 학생신분의 전방입소체험(훈련?)시 전방철책근무 및 수색정찰근무 체험과는 그 차원이 달랐다.
그때 옆에 있던 의무병이 저기 어스름히 보이는 곳이 북한땅이라며 우리가 있던 곳 건너편을 가리킨다. 가까웠다. 그리고 지금 전쟁나면 바로 이 상태로 출동해야 한단다.ㅜㅜ
막연히 생각하는 군대, 전쟁, 분단 등과 실제 그 현장에서의 그것들에 대한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실제 직접 보거나 느껴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모를 것 같다.
……
군대, 군인, 군사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군의관 때에도 그랬었고 지금도 군사문화는 멀리 하고 싶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군대를 그렇게라도 느껴보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들과 그들의 규칙 및 생활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들에 대해 쉽게 피상적으로 함부로 말할는지도 모른다.
그때 군의관들에게 비상식적으로 함부로 하거나 무례한 군인들도 더러 있었지만,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군의관으로서 그들(부사관 및 장교 특히 사병들)에게 더 신경쓰고 잘해주지 못했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앞선다.
고맙습니다. :)
우린 그들 때문에 스마트폰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 애완견과 산책을 하고 여행을 다니며, 공부도 하고 마음 편히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