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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를 아시나요?

시론

펭수를 아시나요? 펭수는 2019년 EBS에서 제작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 TV의 주인공으로 남극에서 온 펭귄입니다. 이 펭수라는 인형이 2019년 연말 공중파 방송 연예 시상식에 등장하였습니다.

 

대중에 알려진 특별한 인형 펭수가 1년간 연예인의 업적 평가 시상식에 나온다는 것은 일반 대중에게 동심의 인형이 큰 각광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대중에게 인기 있는 인형이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울던 아이도 멈추게 한다는 뽀로로는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인기 있는 인형입니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인형 수리 전문 병원이 있습니다.

 

일단 인형 수리를 위해 입원은 필수이고 입원을 위해 최소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병원.


전문 진료과목으로 내과, 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재활의학과 등과 중환자실 그리고 원내 미용실이 있는 병원.


외과 진료에서는 수술로 팔, 관절이나 엉덩이 등 부분적으로 솜을 보충하는 수술과 피부이식과 상처 부위나 구멍을 봉합하는 등 외관상의 손상 치료가 주가 되는 병원.


정형외과 진료는 얼굴이나 신체의 왜곡을 교정하고 안과나 이비인후과 진료에서는 눈, 귀, 코, 입, 부리 등의 형태를 복구하는 진료가 시행되고 재활의학과 진료를 통해 수술 후 신체를 움직여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연습을 하는 병원.


입원 후 치료 전문 과정을 보호자에게 일일이 공개하는 병원.


보통 8~20일 정도 입원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 할 때는 완쾌 기념 사진집을 선물해주는 병원.


이 병원 원장은 의사 출신이 아니라 전직 인형 판매 사업가이고, 간호사는 간호사 자격증 대신 바느질을 잘 할 수 있는 섬세한 손재주만 있으면 되는 인형 전문 병원.

 

인형 병원이라고 생각해서 단순한 수선집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수선이 아니라 인형을 병원에서 환자를 맞이하는 콘셉트로 진짜 병원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형 병원으로 그곳은 나의 동심과 추억을 지키는 병원이기에 더 관심이 가는 병원입니다.

 

일본 혼슈(本州) 오사카(大阪 府) ‘도요나카(豊中, Toyonaka)’ 시라는 곳에 자리를 잡은 이 이색적인 병원의 이름은 ‘인형 건강법인 후모후모 랜드 인형병원’입니다. 사람환자가 아니라 어딘가 문제가 생긴 ‘인형환자’를 받아서 원상태로 말끔하게 복원해주는 인형수리 전문병원입니다.

 

시간이 지나 머리카락이 빠진 인형에게 머리카락을 이식하기도 하고, 빛바랜 손톱 발톱까지도 세세하게 수작업을 통해 정성들여 복원해 주는 이 병원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복원된 인형을 보면서 사람들은 상처 받았던 자신의 동심이 회복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순수하고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쁨을 맛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기 전 먼저 인형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으로 나가는 연습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인형에게 말을 걸고 인형을 정성스레 돌보며 사랑의 연습을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커 나가면서 우린 현실 속에서 그 연습이 무의미한 것임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말을 걸다 오해의 생채기가 생기거나 애정으로 다가가다 바보처럼 이용만 당하는 아픔을 종종 겪기 때문입니다.

 

명절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건 각자 상처 받은 인형이 되어 한자리에 모인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릅니다. 사랑 연습 대신 생존 연습을 하면서 살아가느라 여기저기 망가진 부분들을 서로 섬세하게 어루만져 주기 위해 그 자리에 모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명절이 오면 모처럼 만난 가족들끼리 아물지 않은 상처에 또 하나의 상처를 보태기보다 지친 마음을 한 땀 한 땀 꿰매주는 인형 수선공의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지금도 티비에는 펭수가 나왔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