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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추천도서-편 가르기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수치의 장벽’을 들어보셨나요? 페루의 수도 리마에 있는 10km의 아주 긴 콘크리트 장벽을 말합니다. 이 장벽은 고가의 주택이 즐비한 부촌과 판잣집이 가득한 빈민촌을 가르는 장벽입니다. 환경오염과 범죄예방을 위해 벽을 세웠다고 하니 부촌에서는 빈민가 사람들을 더러운 범죄자 취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장벽이 아니더라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임대아파트와 아닌 곳을 나누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이렇게 가난한 자와 부자를 나누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나 봅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하는 것 말고도, 피부색에 따라서, 좌파냐 우파냐 하는 정치성향에 따라서, 종교, 출신지역, 학벌, 성별 등 편 가르기의 모습은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정적인 자원에서 경쟁하는 상황에 항상 처해 있습니다. 편 가르기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우월함을 찾아내 자존감을 높이고, 있는 것은 지키고 없는 것은 빼앗기 위한 결속을 다지기 위해 이용됩니다. 이런 다양한 인류의 편 가르기는 다양한 문학작품에서도 독립된 주제로 변화되어 왔고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편 가르기를 옹호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편견과 억압, 갈등을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통한 상처의 치유를 이야기합니다. 책읽기도 이런 편 가르기를 깨는 독서가 필요합니다. 나와는 다른 피부와 사회적 환경, 나에겐 생소한 사상과 종교에 대해서도 독서를 통해서 지식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만의 틀에 갇혀있는 논리로 반박하는 것은 옹졸하고 편협해 보입니다. 나에게는 좀 맞지 않을 듯한 주제의 책도 가끔은 읽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16세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던 소녀가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

『배움의 발견』 열린책들, 2020

 

태어나자마자, 아니 태어나기도 전에 태교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아이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타라 웨스트오버는 공교육을 반대하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 아버지 밑에서 16년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성경과 모르몬 경전 외에는 알지 못하고 아버지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시골출신 소녀가 새로운 배움의 길에 들어서면서 깨닫게 되는 세상이 소설처럼 그려진 책입니다.

 

수많은 유명인들의 추천을 받은 이 책 『배움의 발견』에서 말하는 공부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나 어떤 계층으로 이동하는 사다리였다면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타라에게 ‘공부’는 아버지의 비틀어진 신념으로 구축된 가족, 그럼에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 한 여성의 거울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역사를 쓰게 하는 힘을 만드는 것, 그것이 ‘Educated’이었던 것입니다. 당장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런 교육의 발견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똑바로 마주할 수 있도록 대면, 우리 역시 또 한 번의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빌 게이츠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의 첫 에세이
부와 빈곤, 질병과 생존…세상의 ‘균형’을 찾는 20여 년의 여정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부키, 2020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아내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냥 막연한 도도한 사모님의 모습을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합니다.

 

세계 부자 순위 1위의 빌 게이츠의 ‘아내’에서 세계 최대 자선단체의 ‘공동의장’으로 변신한 멜린다 게이츠의 첫 번째 에세입니다.

 

그녀는 약혼 여행으로 떠난 아프리카에서 비통한 빈곤의 현장을 마주하고, ‘어째서 세계의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행동가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2000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멜린다의 행보는 명예를 위해 재단을 세우고 책상 앞에서 자선을 실천했던 기존 부자들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350억 달러(41조 7천억 원)를 기부하고 ‘진짜’ 빈곤과 질병 원인을 찾아 전 세계의 ‘현장’을 누비고 다닙니다. 해당국이 제공하는 통계 숫자는 신뢰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재단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즉각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이 책은 그렇게 찾아낸 세계 빈곤 퇴치의 핵심인 가족계획, 무급노동, 조혼, 여자아이 교육, 직장 내 성 평등 문제 등 9가지 문제에 대해 그녀가 20년간 들인 노력이 들어 있습니다. 흔한 선의의 감정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새로운 수치와 데이터로 실제로 세계를 바꾸는 담대한 여정이 펼쳐집니다. 이제까지 몰랐던, 아니 알더라도 그 깊이를 몰랐던 세상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저자의 경험과 실천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선물 같은 시집
직관적 감성 자극...묘한 여운 남겨

『너만 모르는 그리움』 북로그컴퍼니, 2020
 

나태주 시인이 등단한 지 벌써 50년입니다. 원래 화가 지망생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예쁜 여학생 때문에 시인을 꿈꾸게 되고 그 순수한 마음으로 아직도 시를 쓰고 있나 봅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아주 쉬운 언어로 되어 있습니다. 잘 읽히고 직관적인 감성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필사본 시집인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에 이어 두 번째 필사 시집입니다. 첫 번째가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라면 이번은 새로운 신작과 미공개된 시가 30편이 넘게 실렸습니다.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시집입니다.

 

캘리그라퍼 배정애, 슬로우어스의 삽화가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우리 인생에는 ‘시’가 필요합니다. 이에 동의하지 못하시겠다면 이 시집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