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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見)하고 계십니까? 관(觀)하고 계십니까?

시론

이제는 유투브의 시대입니다. 책과 신문 등 지금까지 문자 위주의 정보가 주를 이루었던 시대가 지나가고 영상이 정보의 중심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책은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 창의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지만 영상은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들이 존재하는 사건들도 단편적으로 압축하고 단순화하여 때로 잘못된 길로 시청자를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영상들을 비판적 사고 없이 바라본다면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을 가진 존재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매우 큰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본질을 파악하는 역량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능력에 의존합니다. ‘검색보다 사색’이란 말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말에 ‘보다’는 영어와 한자에는 각기 다른 여러 단어가 존재합니다. SEE는 구체적인 목적이나 의도가 없이 그저 눈에 들어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자로는 “見”입니다. 길을 걸어가며 간판을 보거나(간판이 보이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것은 신체적 감각기관인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인 SEE, 見 입니다. 멈춰 서서 그 간판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그 사람을 쳐다보는 것은 “LOOK”을 사용합니다.

 

의도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 관심을 기울이며 보는 것을 의미하며 한자로는 “視”입니다. 여기까지는 눈으로만 바라보는 즉, 외관을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변화하는 과정이나 움직이는 사물을 보는 것을 영어로는 “WATCH”라고 합니다. 유사한 한자는 ‘觀”일 것 같습니다. 본질의 파악까지는 아니지만 사물을 제대로 보기 위해 목적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대상을 꿰뚫어 보려는 행위를 ‘察’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Observe”가 해당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행위를 의료현장에서는 진찰(診察)이라고 합니다. 충치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눈으로 보고 방사선 사진 촬영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는 일 그것이 진찰입니다.

 

치아의 검은색 점을 눈으로 바라보고 핸드피스를 집어 드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가진 사람을 의료인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환자가 무엇을 먹고 어떤 직업을 가졌으며 어떠한 패턴으로 일상생활을 하는지, 칫솔은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다른 의과적인 질환들은 어떠하며,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약물은 있는지, 이러한 모든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을 알아보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의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수많은 디지털정보와 더 이상의 사고를 제한하는 명확하고 단순화된 영상정보 안에서의 생활은 유투브 뿐 아니라 진료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책을 읽고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추측해보고 그 문장 하나하나에서 창의력과 사고력으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을 연습해나가는 것처럼 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SEE, 見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診察이 되도록 더욱 연습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환자는 충치를 보는 사람이 아닌 자신을 바라봐주는 의사가 필요하고 의사는 충치가 아닌 그 사람 전체를 보는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