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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법" 삶의 경험치 ‘만렙’ 예비 치과의사

해병대 장교, 삼성전자 연구원, 멘사 회원, ‘서울대 정선생’ 유튜버
서울대 치전원 4학년 정영우 “사람 냄새 나는 치의 되고파”
유튜브 수익 전액 장학금 기부, 장학재단 설립 꿈 꿔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하던 27살 청년이 입사 일 년째, 삭발 한 채로 회사에 출근했다. 새 도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며칠 뒤 사직서를 던졌다. 그에게 망설임이란 없었다. 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본과 4학년 정영우 군의 이야기다.


정 군의 이력은 다채롭다. 명문대 공대, 해병대 장교, 삼성전자 연구원, 멘사 회원 등. 별 위기 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법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만 하더라도 게임에 중독된 학생이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성적이 밑바닥이었다.

 


“어느 날 무기력한 현실에 대한 유일한 돌파구가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미친 듯 공부해 연세대 공대에 입학했죠. 돌이켜 보면 지난 삶 하나하나가 기적이었죠.”


그 후 정 군은 도전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SBS 스타킹 출연, 50cc 스쿠터로 전국일주 등. 다른 사람이 만류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 도전은 두려움을 동반하긴 하지만 막상 해내고 나면 피와 살이 돼요. 게임 레벨을 올리듯 삶의 경험치가 오르는 기분이에요.”


정 군이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치과의사에 도전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의 행동에 혀를 차던 사람들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선망하는 기업을 퇴사하고, 굳이 위험을 감수했느냐는 것.


“일에 재미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어요. 퇴사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이 재미없는 직장 생활을 몇십 년 동안 해야 한다는 현실이었어요. 혹자는 회사는 돈벌이 수단이고, 재미는 밖에서 찾으라고도 해요. 그러나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인데 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어요. 또 어떤 선택을 해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직업에 자신이 예속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직업이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가 정 군의 직업 선택 철학이었던 것. 그렇다면 과연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그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재미가 없어서 퇴사했다고 하면, ‘치과의사는 그러면 재밌을 거 같냐?’며 되묻는 분도 있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죠. 치과의사의 노동강도가 높고, 사회 진출을 앞둔 졸업생으로서 개원가 경영난에 대한 두려움도 있죠. 아직 치과의사가 된 것은 아니기에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치대 실습이나 기공 등 손으로 하는 일이 저와 잘 맞고 재밌어요. 특히 지난 직장인 경험이 비교 대상이 되기에, 치과의사로서 만족도가 더 높으리라 생각해요. 자신 있습니다.”


본과 4학년인 현재, 정 군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대 정선생’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며 수험생들에게 입시 상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시작한 지 1년 남짓이지만 벌써 구독자 수가 5만 명을 훌쩍 넘겨 6만 명을 목전에 뒀다.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유튜브 수익 전액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제공하고 있다. 자신도 수험생 시절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그 밖에 누나와 함께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치과의사의 길을 걸으면서도 자신이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어요. 과잉 진료 등 이따금 전해오는 치과의사의 비윤리적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치과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요. 또 막연하지만 미래에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늘 도전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