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7 (수)

  • 흐림동두천 -2.8℃
  • 구름많음강릉 2.4℃
  • 서울 -1.0℃
  • 구름많음대전 4.1℃
  • 대구 5.4℃
  • 구름많음울산 5.4℃
  • 광주 3.7℃
  • 흐림부산 7.1℃
  • 흐림고창 4.2℃
  • 제주 9.4℃
  • 구름많음강화 -2.7℃
  • 구름많음보은 0.8℃
  • 흐림금산 3.4℃
  • 흐림강진군 4.2℃
  • 구름많음경주시 5.2℃
  • 흐림거제 7.2℃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유해균 vs 유익균?

구강미생물 에 대한 15가지 질문<8>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혹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드시나요. 최근 코로나와 함께 면역이 중요하다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업계가 바빠졌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우리 몸의 유익균(Good bacteria)이란 이름으로 글로벌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연평균 8.3%의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https://www.transparencymarketresearch.com/probiotics-market.html) 광고를 보다가 가끔 건강한 저도 ‘한번 먹어볼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프로바이오틱스에 들어가는 균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속(屬genus)은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계열입니다. 유산균, 정확하게는 유산간균(Lacto-Bar)으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락토바실러스는 유당을 분해해서 산을 만듦으로써, 장내 환경을 개선하여 유해균을 억제하고 배변을 촉진하고 면역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유산균이 우리 몸의 대표적인 유익균으로 꼽히고,  프로바이오틱스가 시장에 등장한 이래 유익균 vs 유해균(Good vs Bad Bacteria) 가는 구도가 익숙하게 형성되는 듯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락토바실러스는 장에서는 산을 만들어 장내 환경을 개선할지는 모르나, 구강에서 락토바실러스의 산은 치아우식증을 만듭니다. 락토바실러스는 유명한 뮤탄스(S. mutans)와 함께 충치를 만드는 세균으로 오랫동안 지목되어 왔습니다. 또한 락토바실러스는 드물기는 하지만, 면역이 약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균혈증을 일으켜 생명까지 위협하는 패혈증(sepsis)을 가져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Salminen, Rautelin et al. 2004)

 

염증성 장염이 있던 환자에게 락토바실러스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인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균혈증(bacteremia)을 가져왔다는 보고도 있고요. 그럼 락토바실러스는 우리 몸의 유익균일까요, 유해균일까요?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쇄상구균은 구강의 대표적인 상주 세균이고, 태어난 이후 신생아의 구강에 가장 처음 정착하기 시작하는 세균이기도 합니다. 또 연쇄상구균 역시 산을 만들기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로 쓰이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연쇄상구균의 일종인 뮤탄스는 충치를 만드는 세균으로 오랫동안 지목되어 왔습니다.

 

또한 연쇄상구균은 구강 내나 구강 주위의 감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세균이고, 구강에서 폐렴이나 심내막염으로 퍼져갈 때도 가장 많이 우려하는 세균으로 꼽히기도 합니다.(Mitchell 2003) 그럼 연쇄상구균은 유익균일까요,  유해균일까요?

 

피부에 사는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은 이런 면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피부의 대표적인 상주 세균인 포도상구균이 유명해진 이유는 포도상구균 속(genus)의  일 종(species)인 황색포도상구균(S. aureus) 중 상당수가 항생제 저항성을 획득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피부에 사는 황색포도상구균 중 미국인들 조사이지만 약 1% 정도가 이미 항생제 저항 황색포도상구균이라는 겁니다.(Graham, Lin et al. 2006)

 

말하자면, MRSA(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라 불리는 이 항생제저항 포도상구균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 피부에도 와 있는 겁니다.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산행을 하는데, 요새처럼 더워지는 날씨에는 반바지를 입습니다. 심심찮게 다리에 상처가 나지요. 그 다리의 상처를 뚫고 제 피부의 MRSA는 제 몸을 침투해 균혈증을 일으킬 겁니다.

 

그게 걱정되어 더워도 반바지를 피하거나 늘 항생제를 먹거나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 할까요? 저는 작은 상처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깨끗한 물로 잘 씻을 뿐이지요. 문제는 저의 면역에 달렸다고 믿으니까요. 심지어 MRSA라는 무시무시한 세균도 그것이 유해균이냐 상주균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저와의 관계에 있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쯤되면, 유해균 유익균의 경계가 많이 낮아집니다. 물론, 이렇다고, 우리 몸에 해를 주는 병원균은 있을 수 없다거나 유익한 세균도 존재할 가능성 전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비피도박테리움이나 락토바실러스 계열은 인간과의 오랜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건강에 유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은 상대적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런 유익함 마저도 내 몸과의 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걔들은 다만 걔들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살아갈 뿐이지요. 그 세균활동의 결과가 내 몸이 감당할 만하거나 내 몸에 유용한 물질이면 유익하다고 여겨진다는 것뿐이란 겁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기회감염(opportunistic infection) 역시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헌에서는 기회 감염을 면역이 약해진 상태에서 상주 세균이 일으키는 감염이라 정의합니다. 맞습니다. 한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모든 감염이 기회 감염입니다. 구강을 포함한 우리 몸 전체는 늘 세균들의 상주처이고, 내 몸의 건강과 질병이 그들과의 긴장과 평화에 의해 결정된다면, 감염이 생겼다는 것은, 그 긴장과 평화가 깨진 상황, 즉 기회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코로나에서도, 20대 감염자의 사망률이 매우 낮고, 80대 이상의 사망률이 20% 에 이르며, 기저질환이 중요하다는 것처럼, 그 긴장과 평화의 깨짐은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있고, 그 결과는 내 몸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는 겁니다. 감염의 기회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유해균 유익균의 얘기를 접할 때마다 스스로 생각합니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모르겠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결정될 듯합니다. 좋은 인연에 닿아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될 테고 나쁜 인연에 닿아 있으면 나쁜 사람일 거라고. 나아가 좋고 나쁜 그런 관념 역시 인간이 만든 하나의 상(想)일 뿐일 거라고. 같은 생명체로서 세균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유익균 유해균의 갈림은 자신들끼리의 인연, 인간과의 인연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그런 관념은 인간이 만든 상을 세균들에 들이댄 것이라고요


그래서, 유익균 유해균을 따지기보다는 내 몸을 잘 돌보는 전체적인 위생활동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생활동은 내 몸 미생물의 전체적인 부담(microbial burden)을 줄여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남기려는 활동입니다.

 

잘 싸서 장내 세균의 양을 줄이고, 잘 씻어서 피부 세균의 양을 줄이는 활동 등입니다. 그중에서도 자칫 평생 쌓일 수 있는 치주포켓 내의 세균의 양을 줄이는 구강위생은 위생활동의 으뜸이 아닐 수 없습니다.

 

Graham, P. L., et al. (2006). "A US population-based survey of Staphylococcus aureus colonization."  144(5): 318-325.
 
Mitchell, T. J. (2003). "The pathogenesis of streptococcal infections: from Tooth decay to meningitis." Nature Reviews Microbiology 1(3): 219-230.


Streptococci are often carried on mucosal surfaces and skin without causing disease. Streptococci can cause diseases that range from dental caries to necrotizing fasciitis. The type of disease caused depends on the virulence factors produced by the bacterium, as well as host susceptibility. Streptococcus mutans causes dental caries; this requires the ability of this organism to form biofilms and to produce acid on the tooth surface. Streptococcus agalactiae — group B streptococcus (GBS) — can cause neonatal meningitis. The organism is usually acquired by the neonate during passage through the birth canal of a colonized mother. Key virulence factors are the capsule, surface proteins and a haemolysin. Streptococcus pyogenes — group A streptococcus (GAS) — can cause a wide range of diseases. Toxic-shock syndrome that is caused by this organism is mediated by the production of superantigens. The organism makes a capsule, a wide range of toxins and enzymes, and molecules that interfere with innate immunity. Streptococcus pneumoniae (the pneumococcus) can cause pneumonia and meningitis. The organism induces overactivation of the inflammatory response, and disease symptoms partly reflect inappropriate production of host immune mediators. Key virulence factors are the capsule, surface proteins and pneumolysin. Complete genome sequences are available for nine strains of these four species of streptococci (one for S. mutans, two for GBS, four for GAS and two for pneumococcus). Analysis of the genes present in all four species shows that the highly conserved genes are concerned with core function, such as nucleic-acid metabolism and protein synthesis. There is also significant variation in gene content, even between strains of the same species. Simultaneous analysis of expression of all genes in the genome is now possible using microarray technology. It is also possible to examine the expression of genes in organisms that cause infection in model systems or in human disease. Such studies are beginning to allow an understanding of the detailed interactions that occur between pathogens and their hosts.

 

Salminen, M. K., et al. (2004). "Lactobacillus bacteremia, clinical significance, and patient outcome, with special focus on probiotic L. rhamnosus GG."  38(1): 6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