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에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젠 방역이 감염을 쫓아가지 못하는 양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더 강화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빨리 종식되기 위해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올해 안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더운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이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들지만, 직접 방역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에게는 하루하루가 고비이며, 누구보다 가장 고생이 많은 직종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산 증가세가 크지 않은 것도, 방역 당국과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과 연구진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응원하기 위해서 ‘덕분에 챌린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오른손 주먹을 쥔 다음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수평으로 펼친 왼손바닥 위에 얹으면 수어로 당신을 존경한다는 메시지로 ‘덕분에’ 이미지가 완성된다. ‘덕분에 챌린지’는 수어 동작을 활용해 캠페인의 상징 이미지를 제작하고,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3개월이 넘도록 밤낮없이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진작하고 격려하기 위해 2020년 4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시작한 국민참여형 의료진 응원 캠페인이다.
‘덕분에 챌린지’는 ‘#덕분에 캠페인’, ‘#덕분에 챌린지’, ‘#의료진 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고, 다음 참여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유명 연예인, 각 지자체와 관련 단체장 등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높은 관심 속에 전개되고 누구든지 이를 따라 한 동작의 영상이나 사진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전파하여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K 방역의 주체인 의료진의 존경과 노고에 상관없이 공공의료대학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공중보건 장학제도 같은 수급 대책을 정부 여당에서 내놓고 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6월 17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사 인력 확충과 감염병 전문 의사 양성이 필요하며 지금이 최고의 적기라면서 “보건복지부가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틀을 짜고 내용을 갖추고 있다면서 내용이 정해진 다음 정부 발표를 하고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보건 의료인력의 적정수급 방안 마련을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실시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14개 보건 의료인력에 대한 중장기 수급 추계 결과를 2015년 3월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2030년 의사, 간호사 인력은 부족해지고 치과의사, 한의사 인력은 공급 과잉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1년 근무 일수를 265일로 가정할 때 구체적으로 치과의사 인력은 2025년에는 2303명, 2030년에는 2968명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고 의사 인력은 2024년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해 2025년에는 976명, 2030년에는 4267명의 공급 부족을 예상했다.
6월 2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사회보장정책분석(건강 부문)’을 보면 국내 임상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명)에 한참 못 미치지만, 의사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7000건으로 OECD 평균(약 2000건)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나마 의사들은 도심에 집중되어, 지방병원과 필수 공공의료 부문의 의사 부족은 심각한 상태이며 진료과목으로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비보험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는 의료자원 과다에 따른 극심한 경쟁으로 과잉진료를 걱정하는 반면 생사를 넘나드는 외상센터는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의료체계의 지나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사들의 고령화로 지난해 말 활동 중인 의사 수는 10만7588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 의사 비중은 7.2%인 7849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65세 이상 활동 의사 수는 2012년 4165명에서 7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80세 이상도 같은 기간 400명에서 824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고 과잉진료와 불필요한 검사로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와 지역이나 진료과목 등에서 극심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지 2020년 2월호에 발표된 ‘생산성을 고려한 치과의사 수의 공급추계와 적정성’ 논문에서 10년 후 3000명 이상의 치과의사 과잉공급을 예상하고 의사 인력의 비효율적인 불균형이 치과에도 있을 것으로 유추한다면 우리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치협은 그동안 치과의사의 적정한 인력 수급을 위해 치대 입학정원 및 정원 외 감축, 해외 진출 및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여러모로 모색하면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치과의사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해결책은 요원한 것 같다.
치과의사들의 현재 상태를 분석하고 노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라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문제가 예상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계기로 공공 의료인력 확충 문제가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막연히 치대 증원반대나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민의 효율적인 구강 관리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치과의원들의 공멸을 막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와 해결책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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