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대접받는 사회
홍성우 현) 전북 익산 홍치과 원장
아직도 치과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또한 그야말로 성적이 좋아야만 치대에 입학할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하며, 그리고 치과의사인 내자신을 돌아보며, 그리고 치과의사가 되도록 힘써주신 치과의사가 직업이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자본주의의 좋은 점은 노동의 댓가가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노동중에서도 매력적인 노동이란 자기 취미에 맞을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치과는 참으로 좋은 직업처럼 생각됩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좋은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한 20년전에는 사랑니 발치를 대학병원으로 잘 보내지 않았습니다. 단순발치도 효자였지만 사랑니 발치는 정말로 효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사랑니 한두개만 뽑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몇십년의 세월동안 많이도 변해서, 보험으로 인해 치료비는 형편없이 줄어들고 치과의사수는 급속도로 늘어나서 희소가치가 현저히 줄어든 지금, 사랑니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으로 보내어지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보철이 보험이 되네안되네 하는 와중에서 교정만큼은 여전히 치과의사를 매력적인 직업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한 20년전부터 임플란트가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확고부동한 위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지금엔 아예 임플란트가 없이는 치과치료가 힘든 것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이제 치대를 졸업하면 교정과 임플란트 그중에서도 임플란트는 그야말로 필수입니다. 이 치료를 못하면 뷔페집에 가서 김밥만 먹는 것과 똑같습니다. 당장 오늘 치과관련 신문을 보더라도 임플란트광고는 여전히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치과의사들이 임플란트시술을 잘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유인 즉, 크라운가격이나 임플란트가격이나 엇비슷하다더군요.
얼마 전에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인이 진료하는 치과에 가봤는데 크라운 한개에 600불부터 시작하더군요. 게다가 더 재미난 것은 근관치료하는데 600불이랍니다.
미국에선 근관치료만 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치과의사분이 처음 본 제게 횟집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지만, 치료비를 많이(제대로) 받고 사시는 것을 보며 그래도 미안함이 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근관치료만 하더라도 그리고 보존치료나 발치 혹은 교합조정치료만 하더라도 치과의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꿈꾸어 봅니다. 저도 교합을 몰랐을 때는 시리고 아픈 치아를 무조건 근관치료하고 크라운을 했었지만 요즘엔 교합조정만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아니러니하게도 치과의사로서 성취감을 따진다면 지금이 훨씬 낫지만 수입을 생각하면 교합을 몰랐던 옛날이 때론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다행인 것은, 교합조정이 경제적으로는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 세미나를 듣기 희망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제 홈페이지를 보시고 치료받으러 오시는 치과선생님들이 계신 것을 보고 자신을 가져봅니다.
하루빨리 전문가가 제대로 대접을 받는 사회, 또한 치과의사들이 대를 물리기 위해 힘쓰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꿈꾸어 봅니다.
·1982년 경희치대 졸
·현) 전북 익산 홍치과 원장 홍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