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된 COVID-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감염상태가 가장 심각한 미국에서 확진자 555만명, 사망자 17만여명이 속출하였고, 우리나라의 경우 누적 확진자 17,002명 사망자 309명이 발표되었다(출처: 2020-08-21,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질병관리본부). 최근 광복절 집회와 교회 집단감염 등으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국민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COVID-19로 인해 의료공백의 심각성을 인식하였고,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연차적으로 총 4,000명 늘릴 예정이라고 전격 발표하였다. 의사단체는 이런 정부정책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사측 주장은 현재와 같은 체제에서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질 하락을 야기할 것이며 의사정원의 확대보다는 제반 제도 정비와 시설의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의사협회의 주장에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배경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평행선을 유지하면서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이슈가 최우선의 정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구강건강은 전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노약자에게 그러하다. 저작기능이 왕성한 어르신들이 비교적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하시는 반면, 요양원 등에 계시는 분들과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치아건강이 부실하고 저작기능이 저하되어 신체기능 악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틀니 등을 통해 저작력이 증가된 고령층의 치매가 일부 개선된 사례가 있고 연하곤란(dysphagia) 등이 감소되었다고 하니 구강건강이 중증질환 예방에 기여함을 예상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COVID-19가 창궐하는 시기에는 노인 등 의료 취약층이 중한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높으며, 치과의사는 이러한 위험성을 사전 예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이다.
그러나 3만여 치과의사의 진료역량 수준은 초보 치과의사(novice)로부터 전문가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철학자 드라이퍼스(Dreyfus)는 그의 저서 ‘Mind Over Machine’에서 기술습득의 5단계 모델을 제시하였는데, 초급자(Novice), 초중급자(Advanced Beginner), 능숙자(Competent), 숙련자(Proficient) 그리고 전문가(Expert)로 분류한 바 있다. 드라이퍼스 모델에 기초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치아들이 발거되어 있고 치조골이 심하게 부족한 노인에게 유지력이 충분하고 교합관계가 만족스러운 의치를 제작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몇%가 될까?”, “노약자들에게 수반되 는 전신질환 등을 관리하고, 악골주변의 숨어있는 질환을 방사선영상에서 유추할 수 있는 치 과의사는 얼마나 될까?”, “경제논리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치과의료 소외자에게 지속적으로 질 높은 치과의료를 제공하는 숙련된 치과의사는 왜 극소수일까?” 등. 틀니제작, 교합조정, 전신질환 care, 영상판독 등 치과의사의 일부역량에서도 숙련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면허를 갓 취득한 초보 치과의사가 수련을 받거나, 중년 개업의들이 끊임없이 학문연마에 정진하는 이유가 환자를 만족시키고 치과의사 본인도 보람을 느낄 만큼 숙련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기에 학교 교육(undergraduate education) 및 졸업후 교육(postgraduate graduation)이 중요하며 특히 치과대학 졸업후 교육이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활성화 되는 방향에 대해서 고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치과전문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치과질환의 특성 상 숙련된 치과의사가 환자만족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등에서는 의료공공성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대학병원 전공의 교육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만큼 의료의 질이 중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우 의 과대학 전공의 교육의 문제점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이번 의사 파업에서 개선 필요성이 역설 되고 있다. 아직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 치과대학 교육현실은 임상교육 의 부실로 인해 특히 신규 치과의사에 의해 환자의 구강건강이 위협받는 경우들이 종종 목격 되고 있고, 전공의 교육과정도 개선되고 검토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우리 치과계가 물질만 능주의에 현혹되고 전문가의식(professionalism)이 부족하다는 자성이 팽배한 현 상황에서 국 민들의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할 제도 마련에 힘 쓸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의 해결과 함께 각 지역별로 공공의 성격을 가미한 수련과정을 특화하여 의료소외계층 치료에 도움을 주는 가칭 ‘공공치과수련제도’ 도입을 연구하는 것은 어떨까? 즉, 전국 지역별로 숙련된(proficient) 치과의사를 양성하여 의료취약계층의 치료를 전담하는 제도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특히 정부지원을 받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치과의료인력 양성 시스템에서는 경제적인 논리가 우선시되어 별도의 공공 성격의 인력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자기자본이 투자된 이상으로 이윤을 창출하여 충분한 부(wealth)를 축적하기를 원하며, 여건이 잘 갖춰진 의료기관에서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요양원, 농촌 등 의료소외 지역에서 숙련된 치과의사가 지속적으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만족할 만큼 정부지원이 충분히 제공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과영역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라 치과계에서도 검토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는 것이 필자 주장의 요지이며, 이러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지역별 치과(대학)병원 수련교육 시스템을 특화하고 의료소외 지역과의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사단체와 정부간에 긴밀한 대화의 장이 마련되는 현 시점에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공의 치과진료 정책을 개발하고 정부와 적극 소통하여 코로나 시대와 앞으로의 장수시대에 대처해 나가는 국민친화적인 치과진료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