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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수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

스펙트럼

2015년에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과의사 수는 2030년에 1,810~2,968명의 공급과잉 현상이 전망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11개 치과대학에서 매년 765.6명의 치과의사가 배출(최근 5개년도 치과의사 국가고시 합격자 수 평균)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약 4년 동안 배출되는 치과의사 수만큼 공급 과잉이 생긴다는 뜻이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져봤을 때 치과의사 수가 과잉공급 되면 치과치료 비용이 낮아질테니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실질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생각해 보자.

 

치과진료의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치과의사의 공급이 과잉된다면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어떤 시장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과열된 시장에서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것은 ‘가격’이다. 소위 말하는 ‘덤핑’ 현상이 만연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덤핑’이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보험진료와 비보험진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진료를 보험진료라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보험진료라고 한다.

 

대표적인 보험진료에는 구강검진, 발치, 잇몸치료 등이 있으며, 비보험진료에는 레진, 인레이, 크라운 등이 있다. 보험진료는 나라에서 정해놓은 비용을 받게 되어있기 때문에 같은 보험진료라면 어느 치과를 가더라도 같은 비용이 나오게 되는 반면, 비보험진료는 치과마다 정해놓은 수가를 받게 되어 있어서 같은 비보험 치료를 받더라도 어떤 치과를 가냐에 따라 비용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덤핑’ 현상은 바로 이 비보험진료에서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보철(크라운)치료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비보험 진료이기 때문에 치과마다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치과의사 공급과잉으로 가격 경쟁이 과열되어 크라운 수가가 무너지게 되면, 가장 먼저 크라운의 원가 절감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치과에서는 기공단가를 낮게 책정하는 기공소와 거래를 하게 될 것이고, 기공소는 이를 위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게 된다. 보철물 자체의 물성이 떨어지는 것을 포함하여, 마진의 적합성과 같은 전체적인 퀄리티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기공소 인건비 절감으로 인력 부족이 일어나게 되며 한 사람당 담당해야 할 업무량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철물의 수명이 짧아지게 될 것이고 이는 치아에 유해한 영향을 주게 된다. 크라운뿐만 아니라 레진을 포함한 모든 비보험진료에 같은 맥락의 흐름이 전개될 것이다.

 

또한 과잉경쟁으로 치과의사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치료자체의 퀄리티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자체의 퀄리티도 떨어지게 된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료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사회적 지위, 자아실현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이는 대학 입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직업의 연봉에 따라 점수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공급과잉으로 치과의사의 평균 연봉이 내려가면 우수한 학생들의 유입이 줄어들 것이며, 이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진단이라는 것은 의학적 사실을 토대로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통해 정확하게 내려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와 마찬가지로 진료 퀄리티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위 내용들 외에도 인건비 절감에 따른 치과위생사 고용난 등 사회적인 문제도 발생될 것이며, 하나하나 연쇄적인 반응으로 악순환의 구조를 만들 것이다.


이미 치과의사 1인당 인구수 2,000명은 깨진지 오래다. 치과의사가 경영을 걱정하는 순간부터 진료퀄리티는 보장할 수 없을뿐더러, 적절치 않은 유인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자원 낭비를 가져오게 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의 구강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 치과의사 수를 적정수준으로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