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를 놓고 설명하면
내용을 읽을 줄 모르면서도
나의 말을 쉽게 믿는 것을 본다
머리에 약간의 충격을 입은 경미한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을 찾으면 제일 먼저 많은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
그런 경미한 부상인 경우 엑스레이 촬영으로 도대체 무슨 진단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우리는 자료를 남기기 위해서도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
치과에서 경미한 치주 질환일 때도 엑스레이를 촬영하지 않고 치료를 했을 경우 의료보험 청구를 하면 치료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진료비가 삭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치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지 않고 하악 유전치를 발치했는데 마침 계승치가 없어서 환자의 부모는 6개월 후 다른 치과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난 후 소송을 걸어서 곤란에 빠진 치과 의사도 보았다.
의사의 조그만 잘못이 있어도 크게 당하는 ‘의사들의 재량권을 최소화시킨 실정법"때문에 불필요한 검사를 많이 해야 한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의사들의 영리적인 동기 또한 과잉 진료를 낳게 한다.
많은 영상을 찍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오늘날의 진료 형태를 ‘진료의 융단폭격"이라 부른다.
임상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이론으로 무장된 일부 의사들은 시진(視診), 청진(聽診), 촉진(觸診) 등 감각적인 요소보다 영상이나 검사의 수치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과잉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축기 혈압이 140이면서도 위험한 고혈압 환자가 있는 반면 170이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환자가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이러한 영상이나 수치들을 객관성을 가지지 못하는데도 의사나 환자들은 이를 지나치게 신빙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엑스레이를 놓고서 설명을 하면 환자가 엑스레이의 내용을 읽을 줄 모르면서도 나의 말을 쉽게 믿는 것을 많이 본다.
과잉 검사나 과잉 진료를 많이 하게 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국민성에도 기인하는 듯하다.
중국 사람들이 보철 치료를 할 때는 지금 당장에 급한 부분적인 치료만을 많이 한다.
또 독일 사람들은 보철 치료보다 보존치료를 더 선호한다.
그런 반면 한국 사람들은 완벽주의들이 많다. 치아나 이틀이 못났는데도 김지미처럼 이를 가지런히 예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또 어떤 이는 한번 보철을 한 후 평생 치과에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잘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임프란트를 할 경우 많은 사람들은 ‘그것은 영구적인가?’ 라고 묻곤 한다.
일본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전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적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사전 검사과정이 너무 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사전 검사에서 ‘병의 예방을 위한 진단" 의 단서를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 둘째 이유고, 알아 봤자 너무 늦어서 많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셋째 이유이다.
어떤 친구는 6개월 전에 종합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진단을 받았는데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간암 말기였다.
또 어떤 사람은 한달 후에 친구와 미국 여행을 가기로 돼 있었는데,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 보니 피부암이었다. 그 동안 간단히 수술을 받고 미국에 가려고 했다. 그 피부병은 국한성 암(carcinoma in situ)으로 그냥 두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피부암이었다. 수술 중 칼을 댄 것이 화근이 돼 암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서 그는 미국 대신 천국을 가게 됐다.
또 어떤 경우는 아주 건강한 사람이 의사의 오진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떠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검사 결과 위장암으로 판정이 나서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했으나 환자가 완강히 버텨 수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오늘날은 장비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검사도 훨씬 편해지고 정확해져서 그 검사들이 매우 유익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파출소와 세무소, 병원에는 안가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지금은 ‘병원에 자주 가야 오래 산다" 는 말도 생겼다.
<다음호에 계속>엑스레이를 놓고 설명하면
내용을 읽을 줄 모르면서도
나의 말을 쉽게 믿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