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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학에 사람이(인문학) 안 보이네?

특별기고

띠리리링~~~~(전화벨 소리)
치의신보 기자에게서 걸려온 원고 청탁 전화였다. 헉!


이 늙은 퇴물 교수에게서 아직도 얻을 게 있고 쓰임새가 있나?


감동과 착잡함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반짝반짝하는 디지털 최신정보와 지견이 지천에 깔려 있는 지금 세상에 오래된 아날로그적인 오피니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생각과 계획이 감격이자 또한 놀람이었다.


벌써 대학에서 퇴임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도 교수 시절 때 잘난척했던 본성(?)을 말끔하게 빼내지 못한 채 어영부영 살아오고 있다.


대학에서 나와보니 비로소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할 곳인지를 이제야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 같다.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지...


지금 그 시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깐에는 고고한 지식이었다고 생각하고 설파했던 내용이 얼마나 설익고, 순화되지 못한 겉치레 지식에 불과했는지... 생각하면 부끄러움과 회한이 겹치는 시간이기도 하다.


『대학이 탈바꿈해야 한다.』
대학이 지나치게 권위주의적 의식에 사로잡혀 배타적이고 안하무인격인 태도를 보이게 되면 그 속에서 배출되는 인재들도 이기적이고 옹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떤 치과의사를 만들어 낼 것인가?
이 문제는 오로지 대학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체 우리 치과의사들과 함께 풀어나갈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밖에 있는 선배들의 대학을 향하는 시선 속에 애정과 질책이 함께 섞인 준엄한(?) 관심이 필요하다.


대학교육의 승패는 곧 우리 치의학의 사활과도 직결된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치과대학 교육목적이 훌륭한 임상의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개원하고 있는 선배들의 노련한 임상 경륜과 나름대로 정립된 치료철학 그리고 훌륭한 인성 등을 대학 교육에서 허심탄회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업 의사들과 임상적 교류를 과감히 개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 학생들이 직면해야 할 작은 사회를 미리 겪어 보는 훈련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업 의사들과 협의 후(희망하는 병원만)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시행해 봄 직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첨단 의료장비가 개발되어 효율적인 치료 수준이 높아져 환자들은 그 혜택을 향유하고 있는듯 하지만, 반면에 환자의 인간성이 경시되는 현상은 늘고 있다. 질 높은 질병 치료는 행해지고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환자(사람)」로 대접은 점점 홀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치과의사)가 상대하고 있는 대상은 치아(齒牙), 구강(口腔)이란 단순한 생물체가 아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인간(사람)이기 때문에 치과 전문기술을 넘어서 사회학적 성향에 대한 여러 가지 배경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인간 상호 간의 행동 기본원칙을 규명하기 위한 환자의 심리적 상황을 이해해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의사나 치과의사들은 질병 자체에 대한 지식은 많이 가지고 있으나 질병에 걸린 인간에 대한 지식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는 구강질환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강을 가진 사람(human being)을 치료해야 하는 전문가들이다.
우리는 치아를 치료하는 방법을 교육하면서도 치아(사람)를 사랑하는 마음을 교육할 수 없음에 안타까움이 있다. 치아 하나하나를 치료하는 지엽적인 행동의 동기가 치아 사랑, 곧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되어야 그 의술이 진정한 인술(仁術)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마음을 깨우치도록 하는 교육이 진정한 의사 만들기 교육이 아닐까?


환자를 진심으로 돌봐야 한다. 진심으로 돌보고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언젠가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의사들이 수난을 당하고 고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들은 더욱 더 고고한 인품과 품위를 지키면서 치과의사로서의 자질을 높이고 위상을 굳건히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 창밖엔 함박눈이 펑펑 오고 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사랑합니다. 후배들 그리고 나의 제자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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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치주과학회 유튜브에서 최상묵 교수 ‘치의학의 인문학’ 강의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