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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환자 만들기

스펙트럼

예방치과 전공의 2년차의 예약 환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수개월 단위로 정기관리를 받는 분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6개월, 구강건강에 대한 중등도의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경우는 3~4개월, 장애 등으로 인해 높은 위험도를 가진 경우 1개월 단위로 약속이 이루어지고, 이후 그 개선 여부에 따라 관리 주기가 변경되는 구조입니다.


정기관리 환자가 누적되면서 조금이나마 축적된 노하우에 대해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하고자, 다소 건방진 제목을 정해보았습니다. 우선 상황을 한번 가정해 보겠습니다. 40대 여성이,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스케일링 한번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치과에 내원했습니다. 구강검사를 해보니 하악 전치부 설측의 치석과 전반적으로 경미한 수준의 치은부종이 관찰됩니다. 이 경우 대개는 치석제거부터 치근활택까지 이어지는 치료 계획이 수립될 것입니다. 그리고 수개월 후 체크 또는 1년 뒤 치석제거가 다시 급여 가능할 때에 재내원 해주기를 기대하며 환자를 돌려보내겠지요.


예방치과적인 관점으로 볼 때, 여기에는 몇 가지 과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우선 치석제거 직후의 자가관리 방법에 대한 조언입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어금니 칫솔을 처방하는 것입니다. 어금니 칫솔은 첨단칫솔 혹은 unituft 칫솔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구석구석을 공들여 닦을 때 무척이나 유용한 도구입니다. 환자에게는 잇몸이 부어 있는 상태에서 자가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불완전하니 한 달 동안 이 칫솔로 치아와 잇몸 경계 및 치아와 치아 사이를 꼼꼼히 닦으라고 지시하고, 부은 잇몸에 가려진 일부 치석을 추가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반드시 재내원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후 재내원한 환자에게 치근활택에 준하는 술식을 간단히 시행하고 바스법 교습, 치간칫솔 처방, 치실 교육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들 교습의 내용은 이미 잘 알고 있거나 금방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것이겠지만, 막상 교습을 하자면 막연한, 자칫 잘못하면 체어타임이 몹시도 길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각각의 교습에 대해 핵심만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효율이 증가함에 따라 술식을 진행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20~30분까지는 체어타임의 단축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각종 용품의 구비와 더불어 스태프의 부담 증가 등 요소를 고려한다면 아무래도 예방이라는 전략을 도입하기 꺼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같이 교습받은 대로 자가관리하여 실제 구강건강의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한 환자라면 자연스레 이 과정을 이끌어 준 치과의사를 자신의 치과주치의로 생각할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환자 keeping’ 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물론, 예방치학의 목표하는 바가 위 내용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구강건강과 관련한 여러 문진 항목을 통해 환자중심적 가치를 강조하고 각종 위험도를 평가하는 도구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제 실력이 미천하여 여기까지 소개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다만 ‘임상을 알아야 예방을 하지’, 내지는 ‘예방도 돈이 되어야 하지’와 같은 뼈아픈 조언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며 고심한 결과물 가운데 하나로 여겨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저는, 그나마 봐줄 만한 실력이 될 때까지 ‘제 환자’를 계속 늘려가며 교훈을 쌓아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