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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조물주 위 건물주도 ‘흔들’

강남·명동 노른자 땅 치과 임대료 할인·유예
공실률 증가에 전전긍긍…확장 이전 제안도


치과 개원가의 경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기존 건물주와의 관계도 빠르게 재정립되고 있다.

특히 불황으로 건물에 입점한 치과의 매출 낙폭이 확대되자 일부 건물주가 먼저 임대료 한시 인하 및 유예를 제안하거나 임대료 동결을 전제 조건으로 치과 확장을 제안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강남, 명동 등 핵심 상권에 위치한 일부 치과의 경우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직원 월급을 지불하거나 사채로 운영 자금을 충당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2020년 서울형 통상임대료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매출은 2019년 대비 평균 36.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50개 상권 내 점포 7500개를 대상으로 한 해당 조사에서 명동거리, 인사동, 동대문역, 연남동, 홍대입구역, 강남역 등 주요 상권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권의 존립 자체가 위험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 연동해 건물주들의 자세도 낮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급감 등의 이유로 임차인이 임대료 일부를 할인 받은 경우는 조사대상 3곳 중 1곳(3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거리(53%), 인사동(68%) 상권의 경우 절반 이상의 임차인이 임대료를 할인 또는 유예 받았다고 응답했다.
 

#불황 앞에 예외 없다 “고사까지 지내”
해당 지역에 위치한 치과들의 건물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명동 중심가에 위치한 한 치과 원장은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3개월 간 30%씩 임대료를 인하했다. 연간으로 보면 한 달 정도의 임대료를 받지 않은 셈”이라며 “같은 건물 기존 세입자들의 경우 남은 임대 기간을 고려해 권리금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한탄했다.

해당 치과를 포함해 7, 8곳의 상가가 들어서 있는 이 건물은 지난 80년대부터 최근까지 아예 공실이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코로나19 불황이 상권을 잠식한 지금은 절반 정도가 폐업 또는 휴업 상태로, 건물주가 최근 고사까지 지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전통적으로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대로 역시 건물주들의 선제적인 임대료 인하 제안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한 치과 원장은 “10여 년 전부터 인근에서 개원을 해 왔지만 이렇게 먼저 임대료를 내리겠다고 제안한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건물주는 공실이 늘어나자 임대료는 예전 그대로 받는 대신 더 넓은 평수로 옮길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공동개원 중인 한 치과에서는 최근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같은 건물 아래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판교 건물주 “재무제표 달라”요구도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건물주들이 치과를 잡는 이유는 비교적 뚜렷하다. 일반 자영업과 달리 치과 개원 시장의 경우 진입 장벽도 높지만 퇴거 장벽도 높은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일단 개원을 이어나가려는 치과의 관성이 코로나19 시국에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폐업 이후 재개원이나 이전 개원 역시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치과들의 이동도 당분간 최소화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치과병·의원의 개원과 폐원 건수가 모두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 같은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대로 건물주의 ‘텃세’가 여전한 곳도 있다. 지난해 말 외국계 회사에서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받은 한 치과 업체는 판교 내 핵심 지구로 본사를 이전하려고 타진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건물주가 만나자마자 대뜸 상장 여부를 따지더니 곧 이어 회사 재무제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해당 치과 업체의 한 관계자는 “건실한 기업에 공간을 대여하고 싶다는 뜻은 알겠지만 재무제표까지 내놓으라는 건 너무 지나친 것 같아 결국 강남 등 다른 지역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