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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 II

스펙트럼

스펙트럼의 원고를 마무리 할 즈음에 3월 1일자 치의신보를 넘기다가 서울대 예방치과 조현재 교수님의 스펙트럼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 제목에 끌려서 읽고 내용에 감동되어서 읽고 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와닿고, 깊은 곳을 따듯하게 보듬어주면서도 자극이 되어서, 그동안 준비하고 있던 원고는 뒤로 제쳐두고 다시 새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교수님의 방법대로, 형식대로 나도 따라 해보자’하고 말이지요. 연배, 자리가 다른 50대 중반의 개원의가 쓰는 10년 후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는 또 다른 시각과 생각에서 나올 것이므로 그 또한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교수님과는 아직까지 안면이 없어서 미리 허락을 얻지 못하고 했음을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지의 시작은 10년 후의 우리 가족에게 씁니다. 저와 같이 6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있을 아내, 그리고 39세, 36세가 되어있을 두 딸에게 말이지요. 결혼 40주년을 앞두고 있을 10년 후의 시점에 아내에게 부족한 남편과 함께 수 십년을 살아주느라 정말 고생 많았고, 앞으로 지금까지 해준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한 모습으로 대해주리라고 약속하는 글을 보냅니다. 그동안 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기는 합니다만 지내놓고 돌아보니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로 왜 그렇게 싸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된다면 좀 더 나은 남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결혼준비를 하고 있는 큰 딸은 아마 아이 한 두명은 키우면서 애쓰고 있을 것이고, 작은 딸도 결혼해서 아기도 가정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우리 부모는 생각하지 말고 정말 예쁘게 본인들 가정 화목하게 잘 살라고 쓰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키워주신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입니다. 부모님 33년, 35년생이시니 연세가 100세가 되어가실텐데 그 때에도 살아계시기를 바라면서 씁니다. 그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려 노력하신 아버지의 삶과 전립선 암으로 겪으신 고생을 알기에 박수로서 존경한다고 씁니다. 그리고 저희들 어릴 때에 아버지께서 외국 공사현장에 나가계셔서 비어있는 아버지의 자리까지 메우시면서 자식들을 키워주신 어머니의 노력과 눈물을 알기 때문에 어머니께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7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있을 큰 누님, 작은 누님, 그리고 60대로 접어든 막내동생에게도 남편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혼자 지내면서 겪었을 모든 힘든 상황을 잘 지내왔다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격려와 사랑의 말을 써봅니다.

 

그 다음은 병원 식구들입니다. 분당에서 시작한지 35년이 되어가는 시점이겠네요. 우연한 만남으로 함께 시작한 병원을 크고 작은 일들 함께 겪으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면서 운영해준 파트너 원장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병원 전 영역에서 자신의 영역을 묵묵히 잘 지켜주고 있는 직원들,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많이 늘어놓는 저의 잔소리를 인내해내면서 환자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승화시켜주고 있을 소아치과 직원들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에게 쓰겠습니다. 지난 65년간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먼저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전보다 더 열심히 보다는 보다 더 지혜롭게 살아가라고 독려해보겠습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그것을 어떻게 부드럽게 잘 전달할 수 있을 지부터 여유있게 생각하면서 서두르지 말고 지내보라고 충고하겠습니다. 은퇴할 때 까지 아직도 10년 이상 남아있는데(저는 현역으로서 은퇴시기를 80세 이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강은 잘 돌보고 있는지 점검해보도록 일깨워주겠고, 환자에게 이미 바뀐 치과지식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항상 공부하고 업데이트 하고 있는지도 따끔하게 충고하는 글을 씁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환자 ‘구강 악안면 부위’ 만을 돌보는 치과의사가 아니라 환자란 나와 똑 같은 매우 깨지기 쉬운 ‘사람’임을 항시도 잊지 않고 돌보아드리고 있는 치과의사로 살고 있는 지 다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불안감이 많은 코로나 시국에 10년 후를 생각하니 그 때에는 코로나와 이별을 한 후일 것 같아 기쁜 마음이지만 또 어떤 다른 어려움이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을지도 걱정됩니다. 조 교수님의 글이 제게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고, 이어서 쓴 이 글이 또 다른 분들에게도 영감과 동력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