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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 욜로 또는 파이어

황충주 칼럼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성실하게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최근 보고했다. 성실 근로자를 울리는 5대 요인으로 ▲월급보다 오르는 생활물가 ▲소득보다 오르는 세금 ▲실업급여 재정적자 확대 ▲국민연금 고갈 우려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 등을 제시했다. 특히 주택가격은 근로자들의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어 지난 5년 동안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7.4%이며 서울은 12.9%나 올랐다. 작년 근로자의 평균 월급 352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서울 중위 가격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21년 9개월 동안 모아야 한다고 한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엄세대’와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친 ‘MZ세대’들은 내 집 마련이나 노후 대비가 힘들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며 최대한 즐거움을 누리겠다고 생각한다. 내 집은 없어도 고급 승용차와 수백만, 수천만 원대의 명품을 찾고 호의호식하며 살겠다는 풍조다. 이런 것들을 사치나 낭비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당장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자기 계발에 열중하며 살고 있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욜로(YOLO)라고 하며 욜로는 ‘인생은 단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대비하기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며 최대한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소비지향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2011년 래퍼 드레이크의 신곡 ‘더 모토(The Motto)’가 미국 랩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의 폭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가사인 ‘욜로’가 세계를 휩쓸게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현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20·30대의 가치관과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움츠렸던 소비가 고가 명품, 가전제품, 가구, 백화점, 여행 상품 등을 시작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물론 업종별·부문별로 회복 속도가 다르지만 ‘보복 소비’가 전체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욜로와 정반대로 소비를 줄이고 극단적인 절약을 하여 저축을 늘려 자산을 모은 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조기 은퇴하고 자유롭게 사는 게 목표로 하는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 이른바 파이어(FIRE)는 ‘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영어단어의 첫 글자를 각각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파이어족은 잘 벌 때 돈을 모아 스스로 은퇴하고 경제적 자립을 통해 남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에서 늦어도 4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게 목표인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퍼졌다. 부동산을 담보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생활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빚더미에 앉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부모들을 보면서 청소년기를 보낸 파이어족은 미래에 불안을 느껴 소비보다는 저축에 무게를 두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돈은 얼마나 모으면 된다고 생각할까? 보통 미국 파이어족들은 매년 필요한 생활비를 4만 달러를 잡고 그 25배인 100만 달러, 우리 돈 약 11억 원을 은퇴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저축’으로 은퇴 자금을 마련하려 한다면 한국의 파이어족은 예·적금 등으로 월급만 모아선 부(富)를 쌓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월급보다 주식·부동산 같은 자산소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형 파이어족’이 풍부한 유동성과 초저금리를 이용해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20~30대 성인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조기에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는가?’ 라는 설문조사에 전체 응답자 중 과반수 이상인 57.0%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들이 조기 은퇴를 하기 위해 목표로 하는 자산은 평균 4.3억, 희망하는 조기 은퇴 연령은 평균 39세로 30대에 조기 은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욜로족, 파이어족 모두 뼈 빠지게 일하고 퇴직하더라도 회사, 정부를 막론하고 누구도 풍족한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라이프 스타일이다. 열심히 살아도 미래가 불투명한 사회에서 ‘오늘의 행복을 즐기자’라는 게 욜로고, 더 전략적으로 자산을 모아 조기 은퇴해 원하는 삶을 살자는 게 파이어다. 둘은 상반된 개념이지만 인생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개념이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에 맞춰 즐겁게 살아가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검과 절약이 올바른 생활의 기본이며 오늘의 즐거움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했던 기성세대에게는 욜로는 낯선 삶의 방식이다. 과도하게 소비를 줄여 지갑을 열지 않고 ‘빚투’ 해서 무리하게 주식에 투자하거나 영끌하여 부동산을 매입하는 파이어족은 주가가 계속 오르고 부동산이 안정되면 좋겠지만 증시가 크게 조정받거나 대출 금리의 급격한 변화는 자산기반이 취약한 젊은 층의 타격이 클 수 있어 이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소비의 주축인 20·30대 젊은 층이 미래 노후의 대책 없이 큰돈을 쓰는 것이나 돈 모으는 데 극단적으로 몰입하면서 현재의 삶을 잃어버리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삶의 본질과 주도권을 찾아 합리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