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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통이다.

스펙트럼

한두 달 전에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뭔가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 했지만, 뭔가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 내가 하고 싶었으나 안 했던 것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떠오르며 ‘고통스럽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혼자서 막연하게 생각을 하다가, 결국 고통이란 회피하거나 외면할 대상이 아니라 잘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구글이나 유튜브에 관련 내용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장 많이 검색된 철학자가 니체였습니다. 저는 철학 관련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는데 ‘삶은 고통이다’라는 니체의 철학관에 감화가 많이 되었습니다. 쇼펜하우어나 불교경전에서도 비슷한 내용들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찾아본 내용들을 보면 ‘삶에서 고통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인간은 늘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를 규정하고 이것을 추구하기에 그 간극에서 고통이 오게 된다. 그 간극을 줄였을 때 일시적으로 고통이 줄어들면서 행복을 일시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결국 그것보다 더 나은 상태를 다시 규정하고 추구하면서 고통이 시작된다.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으며, 지루함만 있게 된다. 그리고 지루함을 느끼는 것 역시 고통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었습니다.


제가 20대 때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말을 듣고 저는 그 말을 코웃음 치며 부정하였습니다. ‘잠깐만 고통이고 그 고통을 잘 견디면 인생은 고통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고통은 일시적이다.’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양육을 하고 직장을 갖고 책임을 갖는 자리에 오르니 그때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느낍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고 권세가 높은 자리에 오르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 목표를 설정하는 순간 고통은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초에 개봉한 디즈니 영화 소울에서도 주인공이 그토록 원하는 공연장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난 후 집에 돌아오며 알 수 없는 허무함을 느끼는 장면이 나옵니다. 노력해서 성취를 한 후에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인간의 욕망의 이치에 따른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아주 도를 많이 닦거나 신앙심이 신실한 성직자의 경우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저와 같은 범인(凡人)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목표를 갖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될까요? 그런 의미로 니체가 인생은 고통이라고 주장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고통이란 어떻게 해서라도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껴안아야 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연구자로서 또는 학회나 학교보직자로서 여러가지 일을 할 때 하기 싫은 마음, 즉 고통이 발생합니다. 이 고통을 회피하려고 일을 미루고 잠깐 딴 짓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 해야 하는 일이기에 다시 마주치게 되면 더 큰 고통이 발생합니다. 일만 하고 살수는 없지만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을 안 할 때 이때도 결국 고통스러워지므로 비본질적인 고통이라고 합니다. 해야 하는 일을 할 때 고통스러운 것은 본질적 고통인 것이죠. 아니면 애초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포기하거나 거절하는 본질적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저는 그날 이후로 본질적 고통을 적극적으로 껴안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비본질적인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집에서 야근할 때 혼술을 하거나 야식을 먹는 행위도 거의 안하고 가급적 일찍 아이와 함께 잠들어 새벽에 혼자 먼저 일어나는 시도들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안 하던 행동들을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전날 밤 9시에 자서 2시 30분에 일어나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니체의 철학은 요즘 유행하는 YOLO(You only live once)나 힐링이라는 유행어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꼰대적이며 ‘핫(hot)’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같이 욕심 많은 사람에게는 왜 내 삶이 이런 상태인지를 납득시키고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철학이라고 느껴집니다. 모든 사람이 제가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가 아님을 말씀드리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